사랑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다.

베토벤의 명곡 '엘리제를 위하여'는 테레제 브룬스비크라는 소녀에 대한 연정에서 탄생했으며 독일의 서정시인 릴케에게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는 시적 창조의 영감이 됐던 여성이었다.

마리 테레즈 발터를 비롯한 일곱 명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피카소에게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다.

조지 하이켄루퍼 감독의 영화 '팩토리 걸(Factory Girl·사진)'은 미국 팝아트의 대표적 화가로 알려진 앤디 워홀(1928~1987)의 예술적 창조의 영감이자 뮤즈였던 에디 세즈윅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

하이켄루퍼 감독과 워홀역의 가이 피어스, 세즈윅역의 시에나 밀러는 섹스와 마약, 로큰롤, 새로운 개념의 예술에 대한 실험이 만연했던 1960년대 혼란스러운 뉴욕의 풍경을 실감나는 연출과 연기를 통해 멋지게 재현했다.

모든 도덕적 혼란과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던 1965년의 뉴욕에서 캠벨수프를 이용한 파격적인 전시로 현대 예술의 개념을 뒤흔든 앤디 워홀(가이 피어스)은 한 사교파티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발견한다.

그녀의 이름은 에디 세즈윅(시에나 밀러). 오드리 헵번을 꿈꾸며 뉴욕으로 건너와 패션모델로 일하던 그녀는 앤디가 이제껏 발견할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앤디는 에디가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예술의 뮤즈가 될 것임을 직감한다.

앤디는 에디를 자신의 모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팩토리'로 초대한다. 앤디의 실험영화 주연으로 발탁된 에디는 그가 창조하는 예술의 동반자이자 뮤즈로서 순식간에 유명해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에디는 자신이 피사체일 뿐, 진정한 팩토리의 일원은 아니라는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런 그녀 앞에 빌리(헤이든 크리스텐슨)라는 록스타가 나타나는데….

양가 출신의 꿈 많고 아름다운 여대생이던 에디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얻은 유명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섹스와 마약, 가치관의 혼돈에 빠져 차츰 파멸해가는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관객은 그런 그녀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거나 감싸안지 않고 한발 떨어져서 소극적으로 지켜보기만 하는 앤디의 모습에서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

앤디 워홀에게 에디는 단지 예술적 성취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을까. 아니면 진정으로 사랑했으나 파멸해가는 그녀를 적극적으로 만류할 용기와 에너지가 워홀에게는 없었던 것일까. 3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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