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검증된 제품 대신 저렴한 약품 선호
향정신성 약품 각종 부작용…중독위험 높아
복용 숨기며 '병원쇼핑'하면 대량구매 가능

30대 여성 H씨는 최근 15㎏ 감량을 목표로 살 빼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병원 의사는 먹는 약인 A제품을 권유했다. 의사는 "염려할 만큼의 부작용은 없지만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한 달 이상 먹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또 잠을 못 잔다거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안심하고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 쯤, H씨는 평소와는 달리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의욕도 없고 기분도 가라앉는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일종의 우울증세 같았다.

약 복용 2주 후, H씨는 한 눈에도 알아볼 만큼 살이 빠졌다. 한달뒤 의사의 말대로 약 복용을 중단했지만 이왕에 살이 빠진 김에 약을 더 먹고 살을 더 빼고 싶은 충동이 가시질 않았다.

급기야 고민 끝에 A병원에서 한 달, B병원에서 한 달 분의 약을 처방받으면 얼마든지 장기 복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방법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살 빼는 약 먹어본 적 없다"는 거짓말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H씨는 그렇게 약의 중독성에 빠져들었다.

H씨가 살 빼는 약으로 복용한 A제품은 전문의약품 중 '향정'으로 분류된 마약의 일종이다. 자율신경을 눌러 식욕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하는 약품으로 우울증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이 약물은 지방 흡수를 저지시키는 약물, 우울증 치료제, 변비 치료제 등이 함께 처방되고 있다.

정성창 울산동강병원 내분비 내과 전문의는 "안정성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살 빼는 약물로는 B과 C제품이 있고 A제품은 단기간 먹는 약물로 안정성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A제품 조제가 잦은 것은 약품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제품과 A제품의 조제 가격은 8~9배 가량 차이가 난다. 때문에 몇몇 병원들은 "저렴하지만 같은 효과가 있다"면서 A제품 복용을 권유하고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우울증 등을 불러오는 부작용에도도 불구, 복용 후 살을 뺄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여성들이 H씨처럼 '닥터 쇼핑'식으로 병원을 옮겨 다니며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전문의는 "현행 제도상 복용 여부를 밝히지 않기로 환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살 빼는 특정 약물을 얼마든지 장기복용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복용 사실을 숨긴 채 A제품과 같은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극심한 우울증을 동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각한 부작용을 앓을 위험성이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전문의들은 "최근 젊은 여성~중년 여성들 가운데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는데는 약물복용 등의 영향도 간접적인 원인의 하나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 약물에는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일명 '살 빼는 약'도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H씨처럼 다이어트 약 복용을 통해 몸매를 가꾸는 여성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약물요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을 통해 몸매를 가꾸어 가는 방법이 몸에도 이롭다. 약물남용은 오히려 몸을 망칠수도 있다는 전문의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유귀화기자 duri121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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