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해야 문화유산' 인식 바꿔야
살아 숨쉬는 유물 문화가치 높아
보수후 재사용 건축물 생명 부여

지방의 각 도시마다 도시적 정체성을 확보, 또는 새로운 관광자원을 발굴하기 위해서 우후죽순 늘어가는 우스꽝스러운 각종 축제를 볼 때마다, 우리 시대 지방문화의 빈약함이 새롭게 각인된다.

한 도시의 문화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정기적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많은 경비를 들여서 새롭게 만든다고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역사문화를 바라보고 평가하는지가 척도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이벤트성 축제보다는 기존의 역사적인 유물과 문화적 역량을 도시적 정체성과 결부시킬 때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역사문화유산이 없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변명 또한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역사라는 것이 반드시 오래된 것, 기나긴 시간을 견디어낸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 50년만 지나도 가치 있는 것이면 문화재로 등록되는 이탈리아의 문화재 보전정책에 빗대어 볼 때, 우리에게 역사문화유산은 역사책에 기록될만한 대단한 것이어야만 했다.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인식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이다. 우리에게 문화유산은 박물관의 유물처럼 보존의 개념으로 생각되었다. 더군다나 이런 역사문화유산이 건축이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건축물이 가지는 역사적인 가치나 문화적 의미는 뒷전이고, 자본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 건축물은 부수어버리는 것이냐, 아니면 보존하는 것이냐의 판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의 가치 있는 사용은 그러한 선택의 범위 밖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라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서 역사문화유산 중에서도, 특히 건축물이 새로운 현재의 기능을 덧붙여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면 그 건축물은 약간의 보존과정과 보수를 통해서, 현재에도 사용 가능한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활용된다. 사람이 살아야만 집은 집으로서 보존이 된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반면 우리에게 역사 문화유산은 너무 멀리 있고 외면당하고 있다.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역사문화유산에 누가 애정을 가질 것인가. 집 밖에만 나가면 미켈란젤로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골목을 돌아서면 로마시대의 유적이 즐비한 이탈리아에서 역사문화유산은 놀이터이자 동네이자, 주민이 살아가는 환경이다. 그곳에서 역사는 살아 숨쉬며, 현대인에서 끊임없는 생존의 메아리를 보내준다.

새로운 역사문화유산을 발굴하여 지정하는 것은 무미건조한 도시문화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현재와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며, 그것을 지금도 살아있는 역사문화유산으로 만드는 우리들의 태도와 행동일 것이다.

김 의 용
동명대 건축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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