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556돌이 된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정하고 세종대왕 탄일을 세계문맹퇴치의 날로 정하는 등 온세계가 한글의 우수성에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한글과 한글날을 홀대하고 있다. 5급이상 공무원 임용시험 과목에서 국어가 빠지는 지경이니 거리 간판에 외국어가 홍수를 이룬다고 나무랄 일도 아닐 것이다. 공휴일이 너무 많아 경제발전에 지장을 준다며 하고많은 공휴일중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일반 기념일로 격하시킨 것이 우리 아닌가.

 지난해만 해도 여야의원들로 구성된 한글날 국경일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이 법률 개정안을 내놓는가 하면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가 범국민결의대회를 갖고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뒤늦게나마 한글사랑을 위한 움직임이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공휴일수도 줄여야 할 판에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계가 반대하고 행정자치부까지 반대해 국회에 제출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계속 잠을 자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우리는 한글날이 다시 국경일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산업생산을 이유로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반대한다면 국가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모르는 것 아닐까. 한글날을 국경일로 환원하는 것은 단순히 하루 노느냐 마느냐 하는 공휴일 여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민족적으로 획기적 계기가 되는 날을 기념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살릴 수 있는 상징적인 날로서 한글날은 3.1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의 4대 국경일 못지 않은 국경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3.1절은 일제에 항거한 날, 제헌절은 제헌국회가 헌법을 제정한 날, 광복절은 우리가 독립을 쟁취했다기보다 일제가 패망한 날이며 개천절은 단군이나라를 세운 날이지만 날짜가 불명확한데 이에 비하면 한글날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역사적.문화적 의미가 깊은 날 아닌가. 노는 날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된다면 다른 법정 공휴일 하루를 평일로 돌리고 한글날은 국경일로 되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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