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 EBS를 통해 국내에 방영된 대국굴기(大國堀起)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화제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3년여에 걸쳐 제작하고, 2006년 11월13일부터 24일까지 방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15세기 이후 세계적 강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것으로 13억 중국인을 열광시켰다. 우리나라의 대표기업 중 하나인 삼성이 대국굴기 학습 열풍 속에 있다고도 하여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국굴기는 15세기 이후 세계적 강국의 위치에 있던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 9개 나라의 흥망성쇠 과정을 설명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위의 국가들이 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공통적 이유들에 대해 강력한 중앙 정부에 의한 내부 역량의 극대화, 정부 주도의 과학 기술과 교육 개혁, 개방과 대외 관계 개선을 통한 정치, 경제 개혁 등이라 말하고 있지만, 대국굴기의 총지휘자이고, 베이징 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인 왕지쓰는 "(대국굴기의) 역사적 교훈은 각국이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장점을 잘 살려 강대국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은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며, '장점'은 남과는 차별될 수 있을 정도로 극대화된 내부 역량이라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대국들은 내외부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준비해온 자신만의 장점으로 그 변화를 이용해 종국에는 산처럼 솟구치며 일어서는 '굴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흔히 변화의 시기에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추이를 살펴보게 마련인데, 이것은 변화를 맞이하는 바른 방법이 아님을 역사가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포르투갈, 스페인이 대국이 되면서 만든 상황을 바탕으로 영국이 대국이 되고 곧이어 미국이 대국이 된 상황을 통해 변화에 대한 인식을 게을리하면 자신이 만든 변화에 의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워크맨이라는 제품이 만든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을 디스크맨이 차지하고, 다시 그 시장을 MP3 플레이어가 차지하는 것이 그렇고, 우리가 만든 고품질 저가 선호 시장을 중국이 잠식해 나가는 상황이 그렇다.

이렇듯 대국굴기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명확한 미래 시나리오를 창조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속적으로 키워낸 자신의 장점을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선과 움직이면서 판단하고 동시에 실행하는 전략사고와 결합시키는 것.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야 말로 지금의 국가와 기업, 개인이 갖추고자 하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오토밸리, 정밀화학센터에 이은 차기 산업진흥프로젝트 수립에 박차를 기하고 있는 울산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울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로 지난 수십 년 간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다. 이런 성공 뒤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울산만의 장점'으로 세상의 변화들을 헤쳐 나온 저력이 숨어있다. 울산은 자동차, 화학, 조선산업을 통해 지난 해 국내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으며, 도시 내부의 활력에너지를 환경, 사회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변환시켜 울산의 이미지를 산업도시에서 미래지향 도시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기존 산업을 통해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고, 주력산업의 구조고도화와 미래첨단산업 육성 기반구축을 골자로 하는 울산의 2010년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과거와는 또 다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울산시와 울산의 구성원이 갖춰야 할 장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이다.

송재호 경동도시가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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