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더십 강사는 산악인이라고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HP, 노바티스, 베인&컴퍼니 등 미국의 유수한 기업들은 에베레스트나 히말라야 고봉을 등정한 산악인을 리더십 강사로 초빙해 임원들과 함께 산행을 하거나 그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극한 상황과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도 히말라야 하면 떠오르는 산악인이 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개의 고봉을 정복한 주인공으로 최근 한 방송에서 정상정복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정복하느냐, 잠시 그 곳을 빌릴 뿐이다"라는 말로 답함으로써 세계적 산악인으로서 대가를 이룬 사람답게 자연에 대한 순응과 겸손함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한 감동과 경건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히말라야 등정은 등반대장의 리더십이 열쇠다. 리더십은 한마디로 '사람 관리'라 할 수 있다. 대원들을 잘 관리해야만 '팀워크'가 단단해진다. 그러기위해 대장은 솔선수범해야 하고 대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대장은 책임지는 사람이고 결정하는 사람이다. 히말라야에선 수 초 내에 '예스'인지 '노'인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등반의 성공 여부는 올바른 계획과 대원들의 능력, 식량과 장비의 효율적인 배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모든 것을 퍼즐 조각처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대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한순간 리더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정상의 환희를 맛볼 수도 있고 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등산은 인간이 하는 모든 운동 중에서 가장 단순한 운동 중 하나일 것이다. 마라톤처럼 순위를 매긴다든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등산을 두고 '무상의 행위'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무상의 행위'에는 그 무언가가 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과 동기부여, 성취감, 만족감 등이 등산의 전 과정에 녹아 있다. 그래서인지 '무상의 행위', 등산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를 경영 노하우에 접목한 CEO들이 많은 것 같다. 한 CEO는 '왼발과 오른발이 같이 움직여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등산 격언을 비유로 들며 '산이 산답다는 건 그 속에 나무와 바위, 계곡, 풀 등이 제 위치에서 각자 맡은 일을 다하고 있어야 산이 되는 것'이라면서 경영도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제반 요소나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구실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늘 놓치지 않고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과 마찬가지로 경영에 있어서도 시장 상황이나 고객의 트렌드가 경영자의 생각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일 때가 많다. 그리고 CEO들은 이처럼 기업의 존폐가 달린 극한의 상황에서도 기업의 생존을 위해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등반과 경영계 두 리더의 공통점 하나는 최종적인 결정과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등반을 예찬하는 많은 CEO들은 숨이 턱밑에 차는 상황에서도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산행을 통해 고통을 견디고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인내심을 배운다고 말한다. 폴란드의 세계적 산악인 보이테크 쿠르티카가 '등반은 고통을 참아내는 기술'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히말라야 고봉 등반대의 리더십은 비단 경영계 리더뿐만 아니라 갈수록 열기가 더해질 대선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이라는 크고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대선을 단지 오르고 싶은 정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반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자기 반성에 소홀하지는 않은지 염려스럽다. 히말라야 등반 산악인들처럼 순응과 겸손으로 국민들로부터 잠시 빌린다는 경건한 심정으로 대선에 임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광태 인석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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