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열심히 일해 왔다고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새벽같이 출근하여 땀 뻘뻘 흘리며 일해 왔는데(어차피 할 일이며, 일이 근본이고 일이 좋아서), 그런데 근무성적이 열명 중에 중간에도 못 끼는 7등 아니면 골찌인 10등이란다. 기가 막힌다, 꼴찌. 북돋우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사기를 저하시켜서야.

그래서 성과급으로 우등공무원(S등급 20%)은 240만원, 보통공무원(A등급 40%)은 160만원을 받고, 열등공무원인 B등급(40%)은 그 3분의 1인 80만원을 받았다(일부 기관에서는 재취합 후 균등분배).

객관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타당성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이를테면 바늘도 눈금도 없는 저울로 맹인이 잰 것과 한점 다를 바 없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평가인데, 스스로 꼴찌임을 인정하고 꼴찌로서 업무에 임해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위치도 위치일뿐더러 열심히 아니하려해도 열심히 아니하고는 못 배길 몸에 배인 습관이데, 꼴찌로 평가했을지라도 그저 중심 잡고 하던대로 열심히 업무에 임해야 하는지?

하지만 달리기에서도 꼴찌가 1등보다 먼저 결승점에 들어와 테이프를 끊을 수는 없다는 이 평범한 진리, 어찌 열등공무원이 우등공무원보다 더 성실하고 능력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이 상치되는 경우가 열심히 하고 싶어도 열심히 해서는 안된다는 희한한 논리를 도출시킨다.

답답하여 어떻게 등수를 매겼는지 물었다. 아이들이 상을 받아도 단상에서 받고 벌을 받아도 다들 보는 복도에서 받는데, 우등공무원인 S등급이 누구인지 열등공무원인 B등급이 누구인지를 공개하라고도 했다. 대단한 기밀도 아닌 당사자들의 알권리이니까 말이다.

그러자 익히 알고 있는(그 자체가 잘못인), 근거도 없는 근무실적과 천만분의 1 난수로 컴퓨터 추첨에 의하여 구성된 다면평가단의 평가 결과에 의해서 공정하게 평가했다고만 되뇌인다. 평가단이 아는 바 없으므로 그냥 눈감고 평가했다고 하는데도.

장난이 아닌 가장 정대해야할 공무이고 가장 투명해야할 행정이기에, 열등인 B등급으로 분류되었다는 상실감보다 한순간에 무능공무원으로 추락되었다는 자존심보다 앞으로의 공직사회의 기강이나 분위기가 더 걱정스럽다.

정말이지 꼴찌답게 꼴찌로 업무에 임해야 할지, 꼴찌라 하더라도 그래도 스스로를 지켜 종전대로 1등보다 더 열심히 업무에 임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S등급보다 더 성실하다면 그건 또한 S등급 동료에게 미안할뿐더러 경우도 아닐테고. 회원들에게도 늘 "떳떳해야 된다"를 강조해 왔는데, 그러자면 첫째가 성실이라고.

S등급은 S등급대로 겉으로 불편하고 B등급은 속속들이 속상하여 직장분위기만 망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이 성과급, 제발이지 이제라도 깊이깊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장두철 강남교육청 직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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