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시설 첫 사례될 듯

'신불산 사격장 이전 급물살 배경은?'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신불산 사격장 이전사업이 지난 1년여 동안 지지부진했던 과정을 털어내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격장 이전 당사자인 울산시와 군(軍)이 후보지 선정과 합의각서 체결, 사업착수 등 사격장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 일정을 9일 밝혔기 때문이다.

시와 군이 지난 1년여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척을 보지 못했던 이전 일정이 갑작스레 빠르게 진행되는 데는 서울주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진정서가 큰 역할을 했다. 협의회는 사격장 조기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주민 2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최근 울산시와 국방부, 청와대, 산업자원부, 군부대 등에 전달했다.

협의회는 특히 진정서에서는 물론 최근 시 등과의 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사격장 이전과 관련해 협의회에서 필요한 협조는 지원할 것을 밝혔다. 이같은 주민 자진 협조는 군시설 이전과 관련해서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주봉현 정무부시장과 정한종 보병 53사단 부사단장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난 5일 협의회가 진정서 등을 통해 필요한 협조를 자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게 시설 이전 협의를 가속화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시와 군의 이같은 사격장 이전일정 발표는 사실상 이전 후보지에 대한 최종 선정만을 남겨두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이전 적격지는 협의회 산하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내포하고 있다.

이같은 추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협의회 관계자들도 이전 후보지가 협의회 지역으로 확정되더라도 이전에 따른 마찰은 협의회가 중재해 나간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힘으로써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하이테크 밸리 조성의 핵심시설인 삼성SDI(주) PDP공장이 준공된 뒤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밋빛이었던 지역경제 분위기에 드리운 먹구름도 조기 이전 추진을 결정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사격장 이전이 지연되면서 삼성SDI(주) 등 고도기술기업들이 입주일정이 불투명해 지면서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던 주민들이 생존권을 들고 조기이전을 강력히 촉구했다.

시와 군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이전 협조를 약속받은 이상 첨단 기술산업단지 조기 조성이라는 시의 정책이 걸린 사격장 이전을 더 이상 지연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서둘러 검토 중인 이전 일정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서찬수기자 sgij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