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 보면 자동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대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때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왕복 4차로를 무단횡단하는 젊은 어머니도 있고, 지팡이를 짚고 대로를 건너는 노인들도 있다. '횡단보도가 멀리 있어서'라든지 '급한 일이 있어서' 등등 이유는 제각각 다르지만, 무단횡단으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리 만큼 참혹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보행자 교통사망사고가 2~3배나 많다고 한다. 이러한 오명을 씻기 위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로구조를 개선하고 신호등, 육교, 횡단보도 등 시설물을 신설하는데, 매년 막대한 예산을 소비하고 있음에도 보행자 사망사고는 줄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무단횡단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설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단횡단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일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설치된 모의교육장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여서도 꾸준히 안전교육을 하는 반면, 우리는 유치원, 초, 중, 고교시절에 제대로된 교통안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기초적인 모의 교육장을 갖추고 있는 학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교통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관계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교통법규를 위반하게 되며 이러한 습관이 어른이 되어서도 고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쉽게 줄어 들지는 않으리라 예상된다. 실제 단속 현장에서는 '무단횡단이 무슨 범죄냐, 바쁘면 그냥 건널 수도 있지'라며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되레 항의하는 시민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많은 분야에서 노력을 하여야 하겠지만, 우선 교육을 통한 의식개선이 우선시 되어야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유치원에서 부터 교통안전교육을 시작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일정시간 교통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한편, 각급 학교에서는 교통안전교육을 할 수 있는 모의교장을 만들어 어린시절부터 교통질서 지키기를 생활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제는 더이상 '교통 사망 사고 세계 1위'와 같은 교통사고와 관련된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창환 울산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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