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대표 축제 '처용문화제'의 이름을 바꾸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처용가의 오랜 역사성과, 또 처용암이 있는 '원산지' 울산에서 '처용문화축제'는 분명히 일리 있는 명칭이다. 그러나 전 시민이 흔쾌히 공감할 수 있는 문화코드로서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래와 춤으로 역신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관용과 화합의 정신으로 이해하기란 보통사람의 인식으로는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편 역신이 아닌 권력자의 횡포에 짓밟힌 민중의 처절한 탄식의 모습으로 보는 것도 천년이 훨씬 넘은 향가의 구절에, 역사가 남긴 설화 문학에 대해 현대적 이념의 색깔을 입히는 것만 같아 마땅찮아 보인다.

처용연구발표회에서 한 청중의 질문이 생각난다. '자기 아내와 역신이 엉킨 네 개의 다리를 보고 마당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다니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폭소가 터진 적도 있었다.

중요한 역사 문화재에다 다양한 시대적 인식을 적용하는 것은 자칫 설화의 본래 가치가 폄하될 것 같다. 그러나 처용가의 내용을 두고 어린 학생 혹은 자녀들에게 관용과 화해로 이해시키고, 나아가 울산의 대표적 문화축제 이름의 뜻으로 설명하기에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는 보편적 시민들의 생각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닐까.

몇 안 되는 향가의 문학적 가치와 그 역사성을, 울산의 대표적 문화재임을 강조함에 어색함이 있어서도 안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무식의 소치라며 덮어두기만 해서는 두고두고 비실비실 웃음 짓는 시민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염려도 있어, 이 참에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한다.

섣부른 감이 없진 않으나 영원히 그치지 않을 논란거리를 갖고 있는 처용이란 명칭을 바꾼다면 울산의 대표축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산업수도의 특색에 걸 맞는 산업문화축제의 이름으로 '쇠부리문화축제'가 어떨까?

울산은 '두두리'(삼한시절의 철 제련 전문 기술자)들이 무수히 많았던 철의 산업지였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 할 만한 국력을 기르는 데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철의 힘이 큰 역할을 했다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

울산 근교에 산재한 철 생산 현장(쇠부리터)에서 불렀던 노래, '불매가'는 울산의 전통 소리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지 않은가, '쇠부리놀이'는 중요한 민속이 되어 있으며 뜻 있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쇠부리놀이보존회'를 구성하여 울산의 민속놀이로서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박과 자동차 생산으로 국부를 이루고, 철의 가공으로 먹고사는 산업수도 울산이 아닌가. 울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철 산업의 흥망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외면할 필요가 있는가.

철의 도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이곳 철 생산의 역사에 대한 긍지가 부족한 것이 이유가 아닌가 한다. '울산쇠부리'의 역사는 처용에 못지 않은 역사성과 가치가 있다는 데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전국 어디에도 산업을 주제로 한 문화축제가 없음에 비추어 봐도 '쇠부리'는 문화적 가치를 키워 갈 수 있는 유일한 역사문화 자산이 아닐까한다. 타오르는 불꽃과 빛이 동반되는 철 생산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는 상징성은 바로 역동적으로 번창하는 산업수도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데에 손색이 없다고 본다.

사족이지만, 명칭의 변경에는 진지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혹시라도 축제이름 자체에 대한 고려가 목적이 아닌 어떤 개인이나 이익집단의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개입한다면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일 것이다.

홍중곤 북구문화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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