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절은 우리 병영 3·1유족회로서는 기쁨이 겹치는 것 같다. 광복 경축에 보태어 지는 또 하나의 기쁨이란 지금껏 미포상 상태로 있었던 최현구, 박규환 두 애국지사께서 오는 광복절에 포상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조국 광복을 위해 희생한지 88년, 그토록 바랐던 조국이 광복된 지 62년, 그리고 병영 26명의 열사 가운데 이현우 선생께서 제1호로 국가 포상을 받은지 40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포상을 받게 되는 두 분인지라 축하보다 송구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아무튼 이로써 건국훈장 애국장 4명(순국), 건국훈장 애족장 8명(1~2년 구형), 대통령표창 14명(6~8월 구형 및 태형 90도)으로 병영의 독립유공자 26명 모두가 희생의 경중에 따라 국가의 포상을 받게 된 것이다.

비교적 포상 진입이 늦어지고 있었던 분이 10명이었는데 이 어른들이 포상을 받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포상 신청의 필수 요건인 신원 확인과 객관적인 공적 입증 자료의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향자의 빈번한 주거지 이동과 해방 때 일제가 그들의 학정 서류를 없앤 것도 어려움의 한 원인이었다.

비교적 가벼운 희생으로 포상 받기를 단념하고 있었던 분(유족)이나 연고자(후손)가 없는 분, 특히 공을 세운 뒤 행적에 의문이 있다고 해 포상을 미뤄 온 분 등등…. 보완 자료나 탄원서를 정부에 보내놓고 삼일절, 광복절, 순국선열의 날마다 기다리는 수상자 발표는 초조하기만 했다.

그리고 결국 기쁨보다 실망이 더욱 컸던 30년을 보내면서 기어이 이뤄낸 희생자 100% 수상, 30여년간 유족회 일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세운 '함께 한 희생 영광도 함께'라는 목표가 성취되는 이 커다란 기쁨을 어이 필설로 다 표현하리오.

한없이 기쁜 오늘을 있게 해준 국가보훈처와 공훈심사과 담당관 관계자, 무연고자 호적 추적을 도와주던 울산 중구청 호적 담당자들 모두에게 고개 깊이 숙여 감사를 드린다. 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기쁜 광복절 날. 천국에 계신 26명 어른들께서도 만남을 가졌으리라. 그리고는 88년 전 손가락 깨물어 함께 썼던 '결사 진충보국' 혈서를 펼쳐놓고 감회에 젖으셨으리라. 그 보람으로 얻어진 국가 포상의 명예를 자축하고 계시리라. 예년과 달리 어느 한분도 빠지는 이 없는 스무여섯 축배의 잔이 높이높이 들렸을 것이나 더욱 기쁘셨으리라.

님들을 향한 추념의 사연들은 피어오르는 향연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나온다.

이춘걸 병영3·1유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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