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인 추석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미리 조상의 묘소를 벌초하기 위해 울산 인근 산야를 찾고 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이 되면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된다. 야외생활이 늘어나면서 안전사고의 개연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벌초성묘객이나 등산객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벌초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고에 대한 예방법과 유사시 응급처치방법을 숙지해두어야 한다.

첫째, 가장 빈번한 사고는 벌쏘임이다. 말벌은 장마가 끝나는 8, 9월에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등산이나 벌초를 하면서 벌집을 건드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벌이 가까이 접근하면 당황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벌이 놀라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피하는 것이 좋다. 뛰거나 빨리 움직여 벌을 자극하는 것은 금물이다. 긴 양말과 구두를 신고, 몸에 꼭 맞는 옷을 입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나 화장품, 현란한 색깔의 옷은 피해야 한다.

예기치 않게 벌에 쏘였을 경우에는 지혈대를 감아 벌독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방지하고, 즉시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벌침은 핀셋 등으로 빼내지 말고 전화카드 등으로 밀어서 빠지도록 제거하는 것이 좋다. 핀셋으로 집을 경우 독을 짜내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벌에 쏘인 부위에는 찬물 찜질을 하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통증과 부기가 하루가 지나도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뱀물림 사고이다. 10월까지는 뱀의 야외활동이 활발한 시기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뱀에 물리지 않도록 긴 장화를 신고 양면 코팅 장갑을 끼는 것이 필수다. 독사에 물렸을 때는 신속하게 환자를 눕히고 안정시켜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흥분하거나 뛰면 독이 더 퍼진다. 팔에 물렸을 때는 반지와 시계를 제거해야 한다. 그냥 두면 팔이 부어오르면서 손가락이나 팔목을 조이기 때문이다. 물린 부위를 고정하고 심장보다 아래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독사에 물린 환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특히 술은 독을 빨리 퍼지게 하므로 치명적이다. 물린지 15분이 안되면 입으로 상처를 빨아내 독을 최대한 제거하는 게 좋다. 살모사류에 물렸을 때는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물린지 6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으면 실제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셋째, 예초기(刈草機) 등에 의한 피부외상 사고이다. 최근 예초기 사용이 늘면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초기 칼날은 고속으로 회전하는데다 날카롭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심한 부상을 입는다. 따라서 예초기 날의 조임상태 등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작업시 칼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고 장갑이나 보안경 등 안전장구의 착용이 필수이며, 작업반경 안에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예초기나 낫으로 벌초하다 베인 경우에는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고 깨끗한 천으로 감싼 다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손가락 등이 절단됐을 경우에는 절단된 부위를 생리식염수나 물로 씻은 젖은 멸균 거즈로 싸서 물이 새지 않는 비닐봉투나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이를 다시 비닐 봉투에 넣은 다음 주위에 물을 채우고 얼음을 몇 조각 넣어 신속하게 병원으로 간다. 손가락이 직접 얼음에 닿으면 조직세포 자체가 얼면서 파괴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넷째, 유행성 출혈열 감염사고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긴 옷을 입고, 장화,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작업 후에는 반드시 목욕하고 입은 옷은 세탁한다. 잔디나 풀밭에 앉거나 눕지 않아야 한다. 성묘후 1~3주 사이에 오한,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의사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고는 뜻하지 않게 찾아와 우리를 고통으로 이끄는 것이므로 사전에 충분한 대비를 통해서 예방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불가항력적으로 사고를 당한 경우 적절한 응급처치를 통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중걸 울산 중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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