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동인활동은 우리 문단의 역사를 이끌어왔다. 당대의 대표적 작가들은 거개 동인지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이름난 동인지에는 훌륭한 작가가 있기 마련이었다.

 울산에는 문인들의 동인활동이 별로 없다. 문인협회, 작가회의, 민예총문학갈래, 시인협회, 소설가협회, 아동문학회, 시조시인협회, 수필가협회 등 장르별 모임이 구성돼 작품집을 내놓기는 하나 "뜻을 같이해서" 만들어진 문학동인이 발간하는 동인지는 거의 없는 것이다.

 지난 81년 결성, 올해로 20년을 맞는 "변방동인"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문학모임이다. 강세화, 김종경, 문영, 박종해, 신춘희, 이충호, 최일성 시인이 오랜 회원이다. 회원 중 홍수진씨가 로 인해 회원 1명이 줄어들었 뿐이다. 변방에 있지만 나름대로 충실한 자기세계를 갖고 시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신인들로 구성됐다. 82년 4월 첫 동인지를 펴낸 후 지난해말까지 발간된 17집의 변방동인지는 울산문학의 "살아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변방동인은 철저하게 작품으로서만 활동한다. 따로 모임을 갖지도 않고 회장을 두지도 않는다. 1년에 한번 작품집을 발간할 때만 서로 연락해서 원고를 모은다. 그 흔한 출판기념회도 없이 회원들끼리 조촐하게 자축연을 가지는 것으로 대신한다.

 "동인활동이 자칫 각 시인들의 작품성격을 비슷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변방동인은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작업하고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심지어 작품이 닮았다는 의견이 들리면 해체하자는 이야기도 했다."

 회원 중의 한명이 한 말이다.

 이들은 1년에 한번 내는 작품집에 작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작품집을 내기 위해 억지로 작품을 만드는 것도 작가의 개성을 잃게하는 요인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들의 동인들의 변방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작품활동을 쉬지 않고 할 뿐이다. 시류에 편성하거나 세인의 주목을 끄는 화려함은 없지만 세월이 수없이 흘러도 변함없이 시를 쓰는 회원이 있고 우리만의 겸손함을 갖춘 시집을 낼 것이다."

 이제 신입 회원을 받아들일 준비도 한다. 간혹 들리는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받아들이고 "새로운 물"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해보고자하는 취지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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