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니 너무 기쁩니다"

 2003학년도 수시2학기 모집에서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전공에 54세의 나이로 합격한 최영경씨(부산 예원정보여고 3년·사진)는 "만학의 꿈"을 이룬 기쁨에 들떠 있다.

 그는 지난 11일 2003학년도 울산대 신입생 합격자 발표에서 5명 모집에 24명이 지원, 4.8대1의 경쟁률을 뚫고 미술학부 서양화전공에 당당히 합격했다.

 "여자는 중학교만 하면 된다는 할머니의 고집으로 더이상 진학하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되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제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었으니 원없이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최씨는 딸보다 나이가 적은 아이들과 대학생활을 같이한다는 기대로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고 말한다.

 최씨는 각 공모전의 초대작가로 인정받을 정도의 그림 실력이 뛰어나다. 신라미술대전 우수상, 특선, 입선으로 올해 초대작가가 됐으며, 울산미술대전에서도 특선 2회, 입선 6회로 초대작가로 인정받았다. 이 밖에 경남미술대전, 개천예술제 등 다수의 입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울산대 미술대 임영재 교수(46·서양화전공)는 “실기에서 두뇌와 과학을 자유로이 표현하는 주제를 던졌는데,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현대미술에 무난히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좋은 점수를 주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씨는 울산대학교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동생 흥기씨(40)가 경영학부(81학번)를, 아들 임준씨(32)가 건축학부(90학번)를 졸업해 이제 그들의 후배 입장이 됐다.

 50대 주부라면 사우나 등으로 소일하기가 십상인데, 최씨는 자신의 집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학교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남편이 자랑으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남편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최씨는 사업을 하는 이문성씨(57)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조재훈기자 jocap@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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