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1923~96)의 대하소설 '나라 훔친 이야기'는 난세 속에서 영웅들이 탄생하고 스러져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조명한 중국의 '삼국지'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암살을 다룬 '올빼미의 성' '미야모토 무사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굵직굵직한 대작들을 써낸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사이토 도산, 오다 노부나가, 아케치 미쓰히데 세 영웅의 삶을 통해 혼란이 극에 달했던 15세기 센고쿠(戰國) 시대를 입체적으로 복원했다.

2000쪽 가까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작품에서 가장 성공적인 부분은 영웅들에 대한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있는 묘사다.

'미노의 살모사'라 불린 하극상의 전형적인 인물 도산과 적장의 해골을 술잔으로 만들어 마실 정도로 잔학했던 노부나가 등 희대의 영웅들이 보여준 이중적인 일면들도 작가는 적나라하게 묘사해놓았다.

일본의 국민작가로 꼽히는 시바 료타로는 생전 60종의 소설과 50종의 평론, 에세이, 대담집 등을 발간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 12종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판매부수가 100만 부 이상 되는 밀리언셀러도 10종에 이른다. 이길진 옮김. 전4권. 창해. 각권 1만2000~1만5000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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