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암을 지나며' 등 신작시 50여편 수록
긍정적 측면 부각…문화제 명칭논란 영향

처용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울산과 경주지역 문인들이 처용과 관련된 시집을 발간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위원장 박종해)는 오는 6일 오후 5시30분 울산 남구 삼산동 남구청 인근 한정식당 '연'에서 울산지역 문인 30여명, 경주지역 문인 20여명 등 모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처용 관련 공동시집 '개운포에서 서라벌까지'의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날 발표되는 울산·경주 처용공동시집에는 처용과 관련된 50여편의 시가 수록돼 있는데, 울산과 경주지역 문인들이 직접 쓴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은 신작들이다.

수록된 시 가운데 권주열 시인(울산)의 '처용암을 지나며', 이자영 시인(울산)의 '라후덕처용아비의 이름으로', 황영선 시인(경주)의 '개운포에서 길을 잃다', 최상문 시인(경주)의 '개운포에서 처용단가' 등이 눈에 띈다.

그 해/천연두가 온 마을을 휩쓸 때/사람들은 낙엽처럼 지고/처용, 당신의 아내도 신열에 싸여/이승과 저승 사이에 누웠을 때/당신, 당신도 어찌할 수 없는 그 무력함에/몇날 며칠/허탈한 저녁을 배회하고/그 큰 코 비뚤어지도록 술 걸치고 돌아와/모진 슬픔 울대 깊숙히 감추고/덩실덩실 춤만 추었다지요···

권주열 시인은 '처용암을 지나며'에서 음악과 춤과 같은 예술로 칼과 창, 그리고 역신을 물리쳤음을 처용암 달을 보며 회상하고 있다.

이번에 이같은 공동시집이 발간된 것은 박종해 처용문화제추진위원장이 올해 초 경주문인협회장에게 처용 공동시집 발간을 제안한데 이어 지난 8월 경주 드림월드에서 울산과 경주 문인들의 합동 교류회가 열렸을 때 이에 대한 공감대가 양 지역 문인들에게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당시 교류대회 때 박종해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처용과 관련한 각종 논문에서 발췌한 자료들을 참석자들에게 배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에 발간되는 공동시집에서는 50여편의 시들은 처용의 부정적인 면 보다는 처용을 화해와 관용의 상징으로 승화시키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어 최근 처용문화제의 명칭변경 논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종해 회장은 "처용은 울산 개운포에서 출현해 서라벌에서 벼슬을 하고 생활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울산 시인과 경주 시인들이 처용을 주제로 합동시집을 내게됐다. 이번 시집 발간은 서로 인접한 경주와 울산의 문학교류의 장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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