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옹벽을 친 대표적인 하천이 울주군 범서읍 천상구획정리지구내 천상천이다.

 천상천은 울산의 대표적인 산인 문수산 깊은 계곡에서 발원해 저수지를 거친 뒤 천상마을을 지나 청구아파트 앞 천상구획정리지구로 내려온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천상지구내에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단지의 생활하수가 천상천으로 그대로 유입돼 하수구와 다를 바 없었으나 지난해 10월31일 하수차집관거가 완료되면서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울주군이 구획정리지구 윗쪽의 천상마을에 대해서도 하수차집 시스템을 갖춰 이제는 천상천을 흐르는 물은 완전히 자연수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구획정리지구내로 흐르는 물은 눈으로 보아도 깨끗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천상천은 구획정리지구내로 들어오면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하천으로 변했다.

 청구아파트에서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입구까지 약 1㎞에 걸쳐 높이 3m 가량의 옹벽이 둘러쳐져 발아래 흐르는 물을 구경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 뛰어내릴 수조차 없다.

 구획정리지구내로 맑은 물이 흐르는 유일한 하천이 그야말로 "그림의 떡" 처럼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상태로 차단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앞 하천에는 술병과 패트병, 음료수캔, 비닐 등 각종 생활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지만 주민들은 하천에 내려갈 수조차 없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처럼 쓰레기가 쌓여갈수록 하천은 더욱 쓰레기장으로 인식되고 쓰레기 투기는 주민들에게 당연시돼가고 있다.

 최근 하천관리의 기본적인 방침은 사람의 접근성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하천인만큼 치수문제를 먼저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다음에 물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장치 또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 세계적, 국가적 추세다. 주민들이 손으로 물을 만질 수 있게 되면 당연히 수질에 관심을 갖게되고, 나아가 자연스럽게 자율적인 하천관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태화강 본류에도 태화강생태공원 등 친수공간을 확보해 주민들이 직접 물에 손을 넣어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천상천의 경우는 일대에 1만8천여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고 물 또한 맑아 주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하천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범서초등학생들 중 상당수가 천상천을 따라 등하교하는 것을 감안하면 일대에 대한 친수공간 확보는 교육적으로도 큰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청구아파트에 사는 김모씨(36)는 "아파트 바로 앞에 하천이 있지만 내려갈 수가 없어 평소에는 하천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다"며 "인도에서 하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 등을 만들어주고 하천 바닥 곳곳에 조그만 소를 만들어 준다면 주민들은 더욱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천상천을 복개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천상지구의 진입로가 너무 좁은 만큼 하천을 복개하면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복개되지 않은 맑은 하천이 흐른다는 것은 주민들로서는 복받은 일"이라며 "복개를 통해 공간을 활용하는 것 보다는 생태계가 간직된 하천을 잘 살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이롭다는 것을 주민들도 이제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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