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2일은 울산태화강시민환경감시원들이 매월 실시하는 순찰 및 합동 정화활동을 하는 날이었다. 이날 오후 태화강 남단 대우푸르지오 아파트 앞 둔치에 집결하여 담당공무원과 회의를 마친 뒤 명촌교를 향하여 2시간 정화활동에 들어갔다.

낚시를 하면서 쓰레기만 버리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 태화강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낚시를 하러 온 남구 신정동 김모씨를 비롯한 몇몇 지인들은 "낚싯대를 던져 놓으면 바늘이 걸리고 끊어지기를 반복하기에 낚싯줄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보니 다름 아닌 장어통발이 장애물이었다"고 말했다.

몇 년간 수중에 있는 퇴적물과 그물 통발을 수거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부들이 다시 통발을 감시원 몰래 던져 놓은 듯했다.

김씨는 "물속에서 수거한 통발의 길이는 철새도래지에서 명촌교까지 줄이 뻗어 있다면서 수심이 깊은 곳은 어쩔 수없이 과도로 자르고 건져 낸다"고 했다. 마침 정화활동을 하면서 지나가는 찰나 회원들은 통발을 마대자루에 담았다.

쓰레기 공용 마대자루 2포대를 담고 주변에 널린 쓰레기 4포대를 줍고 정화활동을 마무리 했다. 낚시를 하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오늘처럼 용감한 시민들이 태화강에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준다면 두 번 다시 태화강은 도심에서 버림을 받지 않을 것인데 하는 마음도 들었다.

2000년 이전에만해도 학성교에서 울산교 구간을 지날 때면 심한 악취에 속이 메스꺼웠다. 현재는 상류 선바위에서 하류의 돝질산(여천동)까지 구간을 걸어도 악취가 없다. 둔치에는 절기마다 피어나는 꽃과 풀, 갈대 억새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시민들의 발길 또한 오랜만에 태화강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민을 위하여 만들어진 태화강 산책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낚싯대 드리우고 세월을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하는 강태공들이나 모두들 즐거운 휴식을 취한 뒤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속에 들어가 통발을 건져내는 김씨와 같이 친구들과 함께 태화강을 지키면서 낚시도 즐기고 가져온 쓰레기 되가져가는 마음이 울산시민 모두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 순찰을 하면서, 수중정화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절기마다 둔치에는 색색의 꽃들이 피어 강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데, 힘들게 가꾸어 놓은 꽃밭을 훼손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꽃밭에 들어가 지근지근 밟아 길을 만들어 놓는다. 자기네 화단에 핀 꽃이라도 저렇게 함부로 들어가 짓밟고 길을 만들어 놓았을까? 참으로 꼴불견이다. 그들의 양심은 과연 냉수인지, 온수인지 궁금하다.

울산의 태화강이 어떤 강인가. 한 마리용이 꿈틀대는 형상을 갖춘 강이요, 전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산업수도를 지키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아니던가. 더 많은 울산시민들이 사랑으로 품에 안아준다면 이름 그대로 맑고 푸르고 화합하며 크게 번창하는 아름다운 울산이 될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자연은 내 것이 아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남의 물건 빌려 쓰고 그냥 주기도 손부끄러운데, 덤으로 얹어 주지는 못하더라도 깨끗하게 쓰고 돌려주기는 해야지 않겠는가.

유성순 태화강시민환경감시원 울산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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