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잡무로 인해 수업에 전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교원업무경감을 위해 수업 외의 파생되는 업무를 잡무로 규정하여 행정직원에게 넘기는 '학교 교무행정지원인력 배치계획'을 발표했다.

교실에서 삼각함수나 자음접변을 직접 가르치는 그 외의 시험지 채점에서부터 성적처리·출결관리·등하교지도·성금모금 등 100여 항목을 잡무로 세분류하여 교무행정지원인력에게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가 여타의 잡무로 인해 수업에 차질을 빚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양질의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그 분위기나 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무엇이 교육이고 무엇이 행정인지는 명쾌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더불어 사는 가치관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을 목표로 불우이웃돕기나 성금모금을 한다면, 그것은 교육으로 반드시 교사의 몫일 것이다. 성금의 가치와 인간 공존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단지 현금 수수가 따르는 회계업무이기에 행정직원의 업무로 본다면, 성금모금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등의 법적 근거가 없어 성금에 대한 징수결의조차 할 수가 없으니 고지서 발부는 물론 독촉도 할 수가 없다.

청소지도 역시 행정직원이 해서 되느냐는 것도 심도 있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내방은 내 스스로 치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 교실 내 학교도 내 스스로 정리하고 가꾸어야 한다는 기초생활교육으로 청소지도를 한다면 당연히 교육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환경이나 시설물 관리를 목적으로 행정직원이 학생들에게 청소지도를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노무관리이다. 행정직원은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킬 권한이 없다. 행정직원이 학생들에게 청소 등을 지시하는 것은 바로 노무 지시로 연결되어 미성년자에 대한 노동착취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왜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했을까, 혹시 받아서 다른데 써버린 건 아닐까? 왜 결석이 잦을까,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이 모두가 직접적인 수업은 아닐지라도 교사들이 고민해야할 교사들의 몫이라 거듭 생각하고 싶다. 교사가 지식 전달자의 역할만을 해서야….

어렵게 정책을 펼치지 않더라도 초·중등교육법에도 명시했듯이(아니면 상식적으로) 교사는 교육을, 행정직원은 행정업무를 하면 된다. 당연히 교사는 교육을 하면 될 뿐, 행정업무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교무면 교무이고 행정이면 행정이지, 교무행정이란 어설픈 낱말은 사전에도 없다. 법령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일진대, 끝에 붙는 지원인력은 또한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이른바 길고도 긴 '교무행정지원인력'. 공공기관에서의 모든 일이란 중요한 공무로써 사실상 잡무란 있을 수도 없다. 좀 더 대승적인 교육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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