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YWCA 초대회장, 울산시여성단체협의회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경남도의원, 울산시여성발전위원회 위원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설 가정·성폭력상담소장,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평안의집 시설장.

 지난 82년 이후 경력 가운데 몇몇만 꼽아도 이미 "묵직한" 성주향씨(63·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가 지난 2000년 60세의 나이로 울산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따내고는 올해부터 울산대 생활과학대학 시간강사로 강의를 하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고 하는 말도 그에게는 무색하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당시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일반 대학이 아닌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선택했던 그는 간호사 생활을 하다가 의사인 강재근씨(66)와 결혼한 이후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 배움의 길을 다시 들어섰다. 50세에 가까운 나이에 한국방송통신대학 법학과를 졸업했고 다시 대학원을 진학한 것만으로도 그의 의지를 엿보기에 충분하지만 상담 관련 연수는 빠지지 않고 참여해 수료·자격증만도 27개나 가졌다.

 "공부가 정말 재미있어요. 어떤 때는 스스로도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끊임없이 연수에 참가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아직도 불이라도 삼킬 것만 같은 열정을 갖고 있으니 이를 어쩌죠."

 주위사람들이 그것도 "병"이라고 하면 그는 "중독"이라고 한술 더 뜨고 "의지가 강하다"칭찬하면 "별나지"라고 스스로를 깎아 내린다. 유별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칠 수가 없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별나야 일을 하지"라는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시샘을 감수하고 목표에 도달하고야 만다.

 특히나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생활을 하는 중에도 대학원에 다녔던 그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로인해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그의 가족들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이겨나갈 수 있었다.

 "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받고 난 뒤 갑자기 남편이 쓰러졌어요. 사실은 마음 속으로 입학을 포기했죠. 그런데 아들이 "아버지를 더 잘 간호하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등록금을 내주더라구요. 학교와 병원을 오가는 생활이 힘들어 몸무게가 6㎏이나 줄어들었지만 사실은 공부하는 것에서 많은 힘을 얻었기 때문에 남편 간호를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남편도 그의 최대의 지지자다. 그가 무슨 일을 할 때는 반드시 남편과 의논했고 남편은 그의 일을 반대한 적이 없다. 언제나 용기를 주고 시작해보라고 격려했다. 그만큼 그가 남편과 아이들은 물론이고 시부모에게까지 빈틈없이 충실했기 때문이다. 건강을 많이 회복한 그의 남편은 요즘도 아침마다 그를 위해 "좋은 선생이 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많이 하라"고 기도를 해준다.

 성소장은 겨우 시간강사일 뿐인데 공연히 떠벌려 학교나 교수들에게 민망해지는 것은 아닌가, 제자랑하는 것처럼 비치지는 않을까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정말 재미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동안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때마다 결혼 전에 부모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말해왔거던요. 아무런 준비없이 부모가 되어서는 안되잖아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결혼과 가족으로 강의하는 것은 바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는 지난 학기에 2시간, 이번 학기에 4시간을 맡았다. 과목은 "결혼과 가족"이다. 그 자신의 결혼 생활 뿐아니라 20여년 상담활동을 하면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도 재미있어 한다.

 수업이 없을 때는 성남동에 있는 상담실에 출근하거나 중·고등학교에 양성평등교육 강사로 나간다.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과 가족들을 상담하는 것은 그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특히 대학원 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던 가해자 치료를 통해 한 가정이 다시 꾸려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에게 더없는 보람이다.

 젊을 때부터 쉬지 않고 일을 해왔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열정이 조금도 식지 않는 그, 20여년동안 단 한번도 흐트러진 차림새를 보여준 적이 없는 그, 자신이 맡은 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완전하게 마무리해내는 그,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일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현하는 그.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성소장은 하다보니까 끊임없이 하게되었을 뿐, 억지를 부려 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고는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운명을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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