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위해 6개월 전부터 함께 생활
부부 죄책감에 뜬눈으로 빈소 지켜

"아내가 자연임신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조카 수빈이를 정말 자식처럼 예뻐했는데…. 수빈이도 아내에게 '엄마' '엄마' 했는데…."

14일 만난 남편 손모(33)씨도 '수빈'이란 이름만 나와도 목이 메어 말을 잊지 못했다.

지난 13일 빈혈을 심하게 앓아온 박모(30)씨가 낮잠을 자던 수빈(여·3세)이 위로 쓰러지면서 아기가 질식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평소 빈혈로 자주 쓰러졌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치료를 미뤘왔던 게 결국 박씨에게 '목숨과도 같다'던 소중한 수빈이를 숨지게 하는 원인이 됐다.

박씨는 지난 13일 오후 2시께 침대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 수빈이에게 다가가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5분 가량이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몸 밑에 깔려 있는 수빈이가 숨을 쉬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편 손모(33)씨에게 연락하고 부랴부랴 심패소생술과 함께 119구급대에 연락했지만 수빈이를 살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박씨는 현재 자신의 과실로 금쪽같던 새끼를 숨지게 했다는 충격으로 실신에서 깨어나서도 말을 못하고 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남편 손씨는 "아내가 최근 들어 빈혈 증세로 쓰러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걱정을 하긴 했지만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는데 제가 부족한 탓에 아내를 저렇게 자학하게 하는가 싶어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최근에는 아내가 우울증을 앓았는데 수빈이를 키운 이후로는 증세가 크게 호전될 만큼 아기를 예뻐했다"고 말했다.

손씨 부부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카 수빈이를 키웠다. 수빈이의 친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손씨 부부가 맡기로 했다. 박씨의 건강이 악화될 때면 간혹 친척 집에 맡기기를 반복했지만 입양할 마음으로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특히 아내 박씨는 임신을 할 수 없는 처지인 데다가 자신도 입양돼 자랐기 때문에 입양할 목적으로 수빈이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손씨 부부는 서로 자신의 잘못으로 수빈이를 숨지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뜬눈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유귀화기자 duri121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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