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위기의 협곡(17)

김양상은 장각이 올린 벼, 물고기, 차, 과일, 어육, 수피, 철 등 녹읍의 공물 중 을숙녀가 가장 맘에 들었다. 침상 아래에 있던 을숙녀는 침상 위로 올라가 영감을 걸터타고 접문하며 옥문을 붙였다.

"아, 정말 최고의 공물이군."

김양상은 절로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장각이 절 공물로 바쳤지만 전 공물이나 공녀가 아녜요."

"오, 그래? 당당한 여자라는 건가?"

"그래요. 영감, 장각은 믿을 인간이 못 돼요."

을숙녀가 갑자기 진지해지며 존댓말로 바꿨다.

"그게 무슨 소리냐?"

"사음 장각이 주인님께 거짓말을 하고 있거든요."

"내가 안독(장부)을 다 확인했느니라. 윗사람에 대해 함부로 그런 말을 하면 못 쓴다. 녹읍을 관리하는 데는 그만한 사람은 없느니라."

"장각의 동생이 쇠둑부리 가마의 책임자인 장쇠예요."

"뭐? 그게 사실이란 말이야?"

김양상에 밑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영감, 진정하시고 가만히 누워 계세요. 전 아직 불이 지펴지지도 않았거든요."

을숙녀는 숨 막힐 듯 부드러운 머릿결로 김양상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다리를 세게 죄었다.

"아."

김양상은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녀의 몸에서는 끊임없이 출렁이는 낙동강 물소리가 들리고 을숙도 갈대 향의 쌉쌀한 냄새가 풍겨왔다. 김양상은 그녀의 둥글고 탄력 있는 어깨에 접문하며 겨드랑이에서 풍겨오는 부드러운 향기를 음미했다. 터질 듯 풍만하면서도 완벽한 형태의 유방을 김양상은 젖은 입술로 빨기 시작했다.

그녀는 을숙도에 서식하는 진귀한 물새들의 소리를 냈다.

"아, 넌 정말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진기(珍器)로다."

"영감, 장각도 그 소리를 했거든요."

"무엇이 장각도?"

"영감,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가만히 밑에서 제 얘길 마저 들으세요."

그녀는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듯 유방을 그의 입에 물리며 말했다.

김양상은 입이 봉해져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장각은 이곳 녹읍에서 왕이나 다름없습니다. 본래 장씨 집안은 저희 박씨 집안의 종이었습니다. 김해소경의 너른 들이 다 우리 조부의 것이었지요. 그런데 우리 문서와 재산을 모두 빼서 도망갔지요. 장각 놈이 말이에요."

입을 막았지만 한껏 발기한 그녀의 유두는 김양상에게 갓 따낸 머루 알처럼 싱그러웠다. 싱싱한 머루 알을 혀로 굴리면서 그녀의 신비스런 갈대 섬에 노를 저어 들어갔다. 풍성한 갈대숲이 바람에 누워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의 미끈한 힘을 좁은 물길 속으로 더 깊이 밀어 넣고 힘차게 노를 저었다. 을숙도 갈대 수풀 사이에서 진귀한 물새소리는 끊이지 않고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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