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곳곳에서 신년인사회가 열린다. 새해를 맞는 설렘과 함께 공통의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해의 의제를 설정하는 자리이기에 약간의 기대를 갖게 하는 모임이다. 어느 기관의 신년인사회이거나 그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부분 참석한다는 점에서 언론도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때론 참석자들에게서 큰 뉴스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울산에서도 매년 새해가 되면 울산상공회의소 주최로 울산의 대표격 신년인사회를 갖는다.올해 신년인사회는 지난 4일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지역 인사 3000여명이 참석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상을 앞에두고 정장을 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둘러선 가운데 호스트격인 상의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시장, 시의장, 국회의원들이 차례로 덕담을 한마디씩 했다. 상의회장은 '울벌라이제이션'이라는 올해 의제를 내놓는 등 신년에 걸맞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이어 시장도 올해 시정방향을 말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그리고 의장과 국회의원들은 의례적인 덕담 한마디씩 하고, 다음 울산대총장과 교육감이 건배제의를 하는 것으로 기념식은 마무리됐다. 그리고 상의 부회장이 내빈을 소개했다. 얼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름만 끝없이 불러대는 사이, 헤드테이블에 서 있던 사람들부터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내빈소개가 끝남과 동시에 행사도 막을 내리고 차려진 음식과 몇몇 손님들만 남았다. 참석자의 5분의 1정도가 될까. 음식값도 아깝고, 음식쓰레기도 걱정된다. 주인조차 없는 잔치상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자체도 공연히 초라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초대 손님들이 신년인사회에서 한 일은 기념식이 시작되기 전 미리 온 사람 중 아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내빈소개를 할 때 박수를 친 것이 전부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거나 어느 누구와도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신년인사회의 취지가 무엇인가. 새해를 맞아 서로 덕담을 나누고 지역인사들끼리 교제 폭도 넓히고 정보도 교류하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닌가. 그 속에서 올 한해 지역사회의 새로운 의제도 만들고 그래서 다함께 마음을 모으겠다는 각오도 다지는 자리 말이다.

호텔에 모여 선채로 뷔페식 식사를 하는 것이 애시당초 우리 문화는 아니다. 일종의 파티라 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 하지만 사교의 장으로서 파티는 점점 필요해지는 시대다. 신년인사회는 공적인 목적을 가진, 일년에 한번 뿐인 유일한 지역사회의 파티로서 크게 기능할 수 있다. 개인간의 친분에 의한 계(契)모임과는 달리, 사회생활에서 고급정보를 가진 사람들과의 사귐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지금처럼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새해 파티로, 새로운 사교문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인생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성공은 없다. 개인의 능력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을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의 적절한 콤비네이션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인지능'(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이해하며, 그들의 행동을 해석하는 능력)이 CEO가 될 수 있는 최고 덕목으로 꼽혔다. 취업전문사이트 잡링크의 조사에서도 직장생활의 최우선 순위로 70%에 가까운 응답자가 인간관계를 꼽았다. 사교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은 경제활성화를 부르짖는 상공회의소가 해야할 큰 일 중의 하나다. 참석자 모두가 바쁜 일상을 쪼개서 참석해도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는 신년인사회를 연구해야 할 시점이다.

정명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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