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우리대통령! 우리가 함께 만듭시다", "유권자가 중심을 잡으면 선거가 확 달라집니다", "깨끗한 경쟁 올바른 선택 희망찬 미래"

 중앙선관위가 지난 6일 발표한 오는 제16대 대선과 관련한 국민홍보 캐치프레이즈다.

 선관위가 이번 대선을 깨끗하고 공명한 정책선거로 유도하기 위해 선정한 5개의 캐치프레이즈 중에는 "헐뜯는 말 듣지 말고 바로 보고 바로 뽑자"와 "서로가 존중하는 선거-이제는 실천입니다"란 2개가 더욱 눈길을 모은다.

 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후보자는 비방·흑색선전을 하지 않고 정견·정책으로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고, 유권자는 정책을 보고 신중히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도록 호소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선관위는 또 언론은 국민이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정책비교중심의 긍정적 보도를 하고, 종교·시민단체는 유권자들이 대선에 한마음으로 동참토록 촉매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면서 "국민대축제-대통령선거"란 제목의 공명선거 홍보포스터 5만매도 11일부터 전국 공공시설에 게시키로 했다.

 이같은 내용의 캐치프레이즈와 포스터를 정한데는 역설적인 의미가 강하다. 대선이 40일 가량 남은 현재 돈선거, 지역주의, 연고주의는 과거 보다 다소 개선되는 분위기지만 비방, 흑색선전, 폭로공방 등 네거티브 전략은 보다 더 맹위를 떨칠 조짐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폭로공방은 이미 불거진 굵직굵직한 사안만도 나열하기 힘들 지경이지만 그 진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극소수다. 무분별한 폭로공방이 우리 정치의 수준을 개탄스럽게 하고, 국민들의 정치냉소주의와 혐오주의를 부채질하는데도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비방전은 날로 심화되는 경향이다. 각 후보측, 특히 유력후보측이 더하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1강2중"의 1강인 한나라당이 8일 오전 발표한 10개 논평의 제목을 보면 공석중인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올바른 인사 촉구, 경제위기 경고음에 귀기울이자는 2개 외에 "○○○후보의 경박함에 대해", "2차 경선사기극, 주인공은 누구인가", "○○파의 숨은 음모", "실망스런 ○○○후보의 갈지자 행보" 등 대부분은 비방성 내용이다.

 민주당측이 이날 발표한 자료 중에도 "선거도 안치르고 대통령 행세, 오만방자 ○○○후보 이래도 되나", "○○○당 정권욕에 눈이 어두워 국익마저 안중에 없다", "○○○후보, 국민청문회에서 뻔뻔한 거짓말" 등은 상대방을 흠집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빅3"후보 중 국민통합21측만 이날의 경우 국가정보원 폐지안, 사회복지분야 비전 등을 제시하고 경쟁후보들에 대한 비방성 내용은 발표하지 않는 등 비교적 네거티브 전략을 삼가하고 있다.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 유포 논란의 중심에는 현재 사이버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선관위가 지난달까지 적발한 사이버 선거운동 위반사례는 약 4천200건이고, 이 중 흑색선전·비방이 3천500건이 넘는 등 이의 감시활동에 상당한 인력과 경비가 들어가고 있다.

 비방, 흑색선전, 폭로전이 심화되는 현상을 선거전략 측면에서 보면 비교우위의 정책과 비전 제시로 지지율을 높이기 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이나 허술한 곳을 물불가리지 않고 추궁하거나 쟁점화해 반사이익을 얻는게 손쉬운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각 정당이나 후보측이 이러한 전략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유권자들이 각 후보측의 정견이나 정책을 곰곰이 따져보기 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이나 정치적 공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결국 가장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분야의 발전과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며, 이를 실천하는 최대의 수단이 투표행사임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깨끗한 경쟁이 어렵다면 올바른 선택만이 이를 유도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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