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능시험을 잘못본 한 재수생이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는 소식이 우리의 가슴을 치더니 학원 스트레스에 지친 초등학생이 목을 매 자살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부모님께 미안하고 부끄러워, 성적 부진의 절망감을 이기지 못해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버린 재수생과 학원과외에 시달려 온 한 초등학생의 자살은 부정적인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 학생들 뿐일까, 성적이 부진하다는 실망감에 쌓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교육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또 다른 아득한 절망감에 눈앞이 침침하다. 이런 터무니 없는 죽음을 보고도 연례의 사건으로 치부하고 있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떤 세상을 바라는가? 병든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이건 자살이 아니다. 대학입시 제도가, 입시에 목숨을 걸게 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분위기, 기성세대의 과욕심, 충격적인 추측보도, 모두가 공모해서 꽃다운 한 젊은이를 세상 밖으로 밀쳐버린 살인사건이다. 안 된다. 우리의 2세들을 이렇게 길러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들이 깊이 반성하고 사죄하는 심정으로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이렇게 각박하고 생각이 꽉 막히도록 가르쳐서는 비록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해도 그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오, 오히려 편협한 외곬수의 사람으로 키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을 뿐이다. 공부시키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대학입시, 대학에 가는 것 외에는 다른 갈 길이 없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대학 입시는 인생 만사를 건다거나, 행여라도 목숨을 걸만큼 가치 있는 것 까지는 절대 아니다. 공부 잘한다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은 좋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공부 공부하면서 오직 한길로만 몰아가서는 그 머리 속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우리가 잊고 있는 꼴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찬양할 일이지만 실패했다고 해도 그 노력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깨달음, 한 두 번의 실패가 주는 교훈은 다음날의 인생에서 얼만큼이나 큰 가치로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인생의 길에는 수많은 기복이 있으며, 실패의 패배감을 맛 볼 때가 있지만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길이다. 실패 끝에 얻은 성공의 짜릿한 쾌감과 아름답고 행복한 길도 흔히 널려 있음을 가르치고 이해 시켜야 한다. 질풍 노도같은 삶의 길이 있는가 하면 좌절감에 잠 못 이루는 순간도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순풍을 타는, 편하기만 한 길에는 멋도 없고 삶의 맛도 없음을 이해 시켜야 한다. 지금의 실패가 다음 성공의 예약일 경우도 많고 지금의 성공이 다음 날 더 큰 성공에 비해 실패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게 사람의 삶이다.

 대학입시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닌 것이며 더욱 더 노력해야한다거나, 방향전환을 암시하는 하늘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일 뿐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

 이 무슨 꼴인가. 교사로서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젊은 영혼 앞에 사죄하며 통곡한다. 애정이 부족했고, 관심이 소홀했으며, 함께 걱정하는 배려가 모자랐음을 후회한다. 가슴깊이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

 우리 기성세대들 모두가 대오각성 해야한다. 피나는 노력 끝에 온 실패와 절망이 목숨을 앗아가는 악몽은 없어야 한다. 수능 이후 낙심한 학생들의 진로지도에 한층 더 관심을 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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