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선거를 치르고 영광스럽게 당선된 교육감에게 울산교육을 걱정하는 시민으로서 몇 가지를 부탁드리고자 한다.

울산광역시교육청은 학생수 22만151명(유치원 포함), 학교 397개교, 교원 1만559명, 교육행정일반직 864명(2개 지역교육청과 8개의 직속기관)의 규모다. 이 모든 영역들이 교육감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교육감의 자리가 예사로운 자리가 아니다. 교육 분야는 중앙집권적 요소가 강하다 하더라도 교육감의 위치는 대단히 중요하고 크다.

첫째, 교육감의 정치력은 난해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협상 능력을 말한다. 정치력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존의 이해관계나 가치 대립을 조정하고 타협시키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 당사자들에게 기존의 이익이나 가치를 포기하고 보다 높은 가치나 이익을 위하여 함께 나아가자고 설득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후자의 정치력이 있을 때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울산 지역 특성상 교육감의 정치력 발휘가 어느 곳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둘째, 교육감의 리더십은 학습과 결코 분리 될 수 없다. " 배우지 않는 리더는 훌륭한 통솔자가 될 수 없다"고 케네디 대통령은 강조했다. 리더의 무지는 무서운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모르면 엉뚱한 곳에 헛심을 쓰거나 예산을 낭비하고 만다. ' 목수가 헌집 고치는 순서'는 울산교육의 탁본으로 삼아야 한다. 헌집 고치는 일은 선후가 있고 경중이 있는 법이다. 뒤에 할 일을 먼저 한다든지 중한 일보다 경한 일에 힘을 더 쓴다든지 하는 것은 이왕에 된 일도 수포로 돌아가고 서투르게 건드린 것이 어서 무너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교육감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투자를 늘리기 위해 시 및 지방 의회와의 협력관계를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교육투자는 효과가 매우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4년 임기로 선출되는 선거직에는 매력있는 투자처가 되지 못해 교육재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이런 일을 적극 설득하기 위한 노력과 여론 조성은 앞으로 교육감의 주요 역할분야다. 또한 교육에 대한 불필요한 정치권의 개입을 뿌리쳐야 하는 한편 재정 확보를 위해 정치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교육감의 자리다.

넷째, 올바른 인사행정은 울산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다. 울산 교육에서도 사람을 볼 줄 알고, 사람을 쓸 줄 알고, 키울 줄 알고, 남달리 보상 해 줄 수 있는 발상전환이 시급하다. 처칠은 '오늘과 과거가 싸우면 미래가 죽는다' 고 설파한 바 있다. 울산교육은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이제부터 미래를 향해 질주해야 한다. 앞으로 인사는 연공서열 보다는 능력 우선으로 충성도 보다는 탁월한 경륜 우선으로 연줄 보다는 그 사람의 창의력과 업무 추진력에 가산점이 주어지는 그런 인사라야 인사 후의 이러쿵 저러쿵 하는 뒷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실패는 대부분 교만과 자만에서 온다. 교만과 자만의 최초 징후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말을 많이 하는 데서 시작 된다고 한다. 교육계의 리더에게는 다른 어느 분야 보다도 더 섬김과 겸손의 자세가 요구된다.

교육 자치는 교육행정기관의 자치도 아니고 교육자만의 자치도 아니다. 교육공동체 모두의 참여를 통한 자치다. 그래서 교육 자치는 단위 학교에서 꽃이 피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 교사들의 사명감 고취, 학부모들의 교육 이해 증진, 학생들의 바른 인성 지도와 학력향상 등으로 공교육의 신뢰도 회복이 민선 교육감에 대한 시민들의 한결 같은 기대이다.

윤정문 전 강남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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