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9 총선 공천을 속속 확정하면서 탈락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일부 당원이 난동을 부리고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이 당에 독설을 퍼붓는 등 공천 후유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는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한참 전부터 공천에서 탈락한 이원복(인천 남동을), 배일도(비례대표), 고조흥(경기 포천·연천), 고희선(경기 화성) 의원이 모습을 보였다.

친이(친 이명박) 성향의 이원복 의원은 회의 전 앉아있던 최고위원들을 향해 "찬바람 10년 맞고 야당한 사람은 떨어뜨리고, 입만 열면 한나라당 욕한 사람은 (공천)되고 이게 무슨 개혁공천이냐"며 "한나라당이 오만해졌다. 얼마나 잘 나가는지 두고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조흥 의원은 공심위 간사로 회의장에 입장하던 정종복 의원에게 재심요청서를 건네면서 "왜 고씨만 떨어뜨리고 그래요"라며 '뼈있는' 농을 던졌다. 고조흥·고진화·고희선 의원 등 고씨 성을 가진 지역구 현역의원 3명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당 내에서 '고씨 괴담'이란 농담까지 나온 것을 비꼰 말이었다.

회의가 열리고 얼마 안있어서는 회의장 안에서 고성이 들렸다. 고진화 의원의 지역구인 영등포갑 출신 당원 문모씨 등 2명이 "가계공천 이상득은 사퇴하라" "허수아비 공천심사위원회 해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곧바로 당직자들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공천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송파병에서 같은 여성 비례대표인 나경원 대변인과 경합 중인 이계경 의원은 이인호 전 러시아대사 등 여성계 원로 10여명과 함께 최고위원회의를 찾아 능력을 갖춘 두 여성의원 모두가 잘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유명 여류작가 박완서씨도 이 같은 취지를 담은 서한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진구 의원을 비롯해 김형진(고양 일산갑), 안홍렬(강북을), 서장은(동작갑) 당협위원장 등 친박(친 박근혜) 성향의 공천 탈락자 20여명은 이날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서청원 전 대표와 오찬을 함께하고 집단행동을 결의했다.

이들은 회동 직후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을 방문, 박 전 대표와 면담을 요청했으나 박 전 대표가 외출 중이어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영남권 심사를 지켜본 뒤 구체적 행동 방안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친박 성향의 송영선 의원은 SBS라디오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 "누구를 탈락시키고 넣어줄 것인가 하는 그림은 벌써 한 달 전부터 그려졌다"면서 "작년 대선 경선에서 친박을 결정했을 때 굉장히 높은 분이 '네 눈에 피눈물이 나도록 만들거다. 평생을 후회하게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전화로 한 적이 있다"며 '보복 공천'임을 주장했다.

고진화 의원은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 "공심위 외에 계파간 물밑 협상을 하는 창구가 공천을 주도하는 것 같다.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공천 과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 움직임도 이어졌다.

이원복 의원은 "공천 재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송영선 의원도 향후 행보에 대해 "당 보다는 국가를 위해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를 생각하겠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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