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암각화 박물관이 많은 기대를 안고 이번 달에 문을 열게 된다. 수려한 외관에 못지 않은 첨단 장치의 전시시설물과 실물 모형 그리고 체험시설이 들어 선다고 한다.

그런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울산암각화박물관이 연구자 중심의 연구기능 우선이 아닌 전시기능과 공무원을 파견한 관리기능 위주라는 점이다.

뒤늦은 이야기 같지만 울산의 암각화가 세계적인 자랑이라면 울산암각화 박물관 건립 주제의 설정에서부터 세계 암각화 연구자의 관심을 끌어들여 암각화에 관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담아낼 바탕이 고려되었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의미 있는 몇 차례의 암각화국제학술대회라도 열렸더라면 바람직한 건립 방향을 설정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울산을 세계에 자랑할 암각화 국제도시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관심을 연계, 수용할 연구자 그룹 네트워크를 갖춘 암각화 박물관이라야 세계적인 것이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암각화 연구에 관한한 세계적이라 할 러시아나 몽골, 이탈리아, 프랑스의 해당지역이 우리 울산보다 경제적으로 나은 지역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암각화 관련 시설물들은 대단하지 않지만 그들 연구자의 열정이 배어 있으며, 현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연구 성과의 누적을 통해 그 지역을 세계적인 명소로 가꾸었다. 이러한 예를 살피더라도 울산암각화박물관에 암각화 연구자를 중심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암각화를 통해 세계도시 울산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계획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암각화 연구자가 있다. 이들이 지난 해 러시아에 들어가 '중앙아시아의 바위그림'이라는 한국-러시아 공동학술연구 결과물을 선사문화와 관련해서 국내 최초로 편찬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반가운 소식을 멀리서 대하면서도 정작 한국 암각화 연구의 중심에 서야 할 울산은 거의 관심이 없는 듯하다.

울산 암각화가 있어서 절로 울산이 세계적인 암각화 도시가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궁리 끝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암각화 유적을 대신하여 그저 보기좋게 꾸미기 위해 암각화 박물관을 세우기로 했다면 더더욱 문제다. 지금까지 누누이 지적되어 왔듯이 겉보기, 구경거리 관광용도 외엔 울산시가 암각화에 대한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울산 암각화는 세계에 자랑 할 보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소중하게 여기고자 하는 그 열정이 보석의 가치를 드러내고 갈고 닦아야 할, 세계인의 관점인 '소프트웨어'에 투입되지 않고 화려한 보석상자를 꾸미는 관상용 '하드웨어'에 더 치중하고 만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다시 말해서 울산암각화박물관을 통해 정작 암각화를 대하는 평소 우리 울산의 의식이 울산 암각화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연구자나 다른 지역사람들에게 간단없이 읽혀질까 조바심이 드는 까닭에서 하는 말이다.

서창원 지역홍보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