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동양 3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서예 문화의 비중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 서예의 역사는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적인 예로 광개토대왕비, 냉수리비, 울산 천전리 서석 등이 꼽힌다. 특히 중국, 일본과는 다른 독특한 서체를 사용하여 우리만의 서체가 발달되어 왔다. 조선시대 이후 훌륭한 서예가들이 많이 배출되어 국내외에 명성이 높았다. 조선시대 김명국의 달마도는 일본에서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근대사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서예가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선조들의 창의력과 예술적 안목이 다른 국가보다 앞선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은 문화민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어 동·서양의 장벽이 무너지고 서양문화가 급습하여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지경이다. 동양예술이 서예에 근본을 두고 회화성을 찾는다면 반드시 서양예술과 함께 폭넓게 번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젠 울산도 문화를 집중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자연환경으로보면 울산은 천혜의 예술도시가 될 소지를 갖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태화강 대숲은 세계적인 공원이다. 지역적 환경을 살려 묵죽도(대나무 그림)를 울산문화 브랜드로 키우면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서예도시 울산'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과제는 우수한 인재 발굴과 공동작업을 통해 이론 및 실기를 겸한 독창성 있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 다음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서예도시 울산'을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면 될 일이다.

미국의 작은 도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롤리,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그린빌은 예술가들의 이주로 새로운 문화예술의 터전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그린빌은 공연장 등에 대한 투자로 일자리가 2배로 상승하기도 했다. 작은 도시들이 문화 이미지를 쌓으면서 경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는 옛 군수 공장을 예술인들의 작업장으로 만들어 세계 현대 미술의 중심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울산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작은 것부터 꾸준히 시행해나가면 울산의 문화 이미지와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 결코 상업적 기회주의로 변질되어서는 안되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서예 5일장' 같은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이 예술인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질적 향상과 예술적 심미안을 키우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반면 서예가는 서예의 본질과 정체성을 파악하고 과거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 자유정신을 찾아 완성도 높은 예술 작품을 해야 한다. 서예는 단순한 기능이 아닌 맑은 영혼의 세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의 힘으로 풀 수 없는 신비함이 서예예술의 매력이다.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다. 욕심이 없는 무욕의 상태다. 울산사람들의 정신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태화강변은 모든 사람들이 활보하는 평등의 길이며 휴식의 길이며 예술의 길이다. 성공은 다짐하고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서예도시 울산을 기대해 본다.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