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의 주인공은 억새다. 나무가 우거지지 않은 산의 구릉이나 산자락의 풀밭에서도 하얗게 너울거리고 마을 앞 개울가를 따라 쌓여진 제방 위에서도 은물결을 이룬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꺾어질 듯 허리를 뉘며 그 끝에서 여리디 여린 하얀 꽃이삭이 바람에 너울거리는 정경은 아름답다. 그래서 청량한 가을바람을 따라 파란 하늘 아래 들녘에서 물결치는 억새의 일렁임이 시나 노래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억새는 어디서나 눈에 띄는 흔한 풀이고 별명도 많다. 윅살, 꺽새, 쌔기풀, 쓱새, 왁새, 어욱새 등. 울산 출신의 가수 고복수가 부른 "짝사랑"이란 가요에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하는 구절이 나온다. 그 가사의 "으악새"는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풀인 "억새"를 나타낸 것이다. 아마도 억새의 "억"자를 노래의 박자에 맞추다보니 "으악"이라고 부른 것 같다.

 억새는 자주 "갈대"와 혼동돼 사용되고 있다. 억새가 산자락이나 들판 건조한 곳에 산다면 갈대는 호수나 해변 물가에 축축한 곳에서 산다. 억새는 꽃이 보들보들하고 예쁘게 생겼는데, 갈대는 꽃이 좀 엉겨 붙어 있다. 억새는 꽃이 흰색이지만 갈대는 갈색이다.

 억새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 1∼2m로 자라며 뿌리 줄기는 모여나고 굵으며 원기둥 모양이다. 잎은 줄 모양이며 끝이 갈수록 뾰족해지고 가장자리는 까칠하다. 맥은 여러 개인데 가운데 맥은 희고 굵다. 밑동은 긴 잎집으로 되어 있으며 털이 없거나 긴 털이 난다. 뒷면은 연한 녹색 또는 흰빛을 띠고 잎혀는 흰색 막질이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지는 않지만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각 마디에서 한 장씩 잎이 나온다. 잎은 밑 부분이 줄기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잎은 억세기도하고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잔톱니가 있어서 잘못 스치는 경우 여지없이 손가락을 베이니 조심해야 한다. 억새라는 이름도 억센 새라는 뜻이며 잎이 주는 느낌에서 나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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