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이 금지된 이후 장생포를 비롯해 우리나라 어민들의 상심이 날로 커져 가고 있다. 동서해를 막론하고 물고기가 별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동해안 어민들은 어족자원 감소의 중요한 원인이 급격히 늘어난 고래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이나 포항지역 어민들은 많게는 수천마리의 돌고래 떼, 적게는 수십 마리의 대형 고래들이 물고기들을 다 잡아 먹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어민들의 증언이나 국립수산과학원, 언론의 르포 등을 종합해보면 고래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긴 1986년 상업 포경이 전면 금지 된지 22년이나 지났으니 고래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고래고기를 즐겨먹는 사람들은 여전해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어쩌다 그물에 걸려 나오는 큰 고래 1마리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 '바다의 로또'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때문에 포경은커녕, 애매한 범법자만 양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포경 허용에 대한 기대는 울산이나 장생포 주민들뿐 아니다. 부위와 조리법에 따라 12가지의 맛을 낸다는 고래고기에 대한 동해 남부지역 주민들의 애착은 각별하다.

고래의 멸종을 막고 보호하는 것과 고래고기를 먹는 것이 양립될 수 없는 모순된 행동이라고만 할 수 없다.

현재 고래고기를 즐기는 상당수 나라는 '과학 포경'이라는 명목 하에 제한적으로 고래를 잡아 그 고기를 합법적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포경위원회 결정과 상관없이 제한적 포경을 검토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라 본다.

이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등 신뢰 할만한 정부 기관과 학계가 먼저 고래의 개체 수에 대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벌여 포획 대상과 보호대상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급격하게 증가한 고래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나라 연근해 바다의 먹이사슬 파괴로 생태환경이 급격하게 붕괴, 고래먹이의 상실로 이어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우리의 바다가 고래의 천국이 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게 됨으로써 후손들에게 고래자원은 물론 어족자원까지 물려줄 수 없는 우(愚)를 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돌고래의 경우 크기는 작으나 그 수가 10만마리 이상 서식하고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어 어족자원의 산란기 번식을 방해하고 먹이 섭취량 또한 엄청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돌고래의 주 먹이가 상업어종인 명태와 고등어, 오징어 등임을 감안한다면 어민들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 질 것이 뻔하다.

캐나다는 연안의 대구와 청어를 보호하기 위해 30여만 마리에 이르는 물개를 포획하는 것을 허용했다.

비단 바다뿐만 아니다. 호주는 매년 캥거루 과잉 번식에 따른 환경 악영향을 염려해 400마리를 사살하거나 독살하기로 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멸종위기에 있던 아프리카코끼리를 보호했다가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 수 조정을 목적으로 오는 5월부터 2000~1만마리의 코끼리를 도살하기로 했다. 이처럼 멸종위기의 동물보호는 당연히 인간의 몫이지만 개체군 증가에 따른 생태계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도 인간이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고래정책에 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조사포경을 전제로 하되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끔 단계적인 포경 재개는 꼭 필요하다.

다른 문화까지 간섭하려는 서구 강대국의 처사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미래 해양수산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연구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할 때이다.

김두겸 울산시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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