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까지 공식거리 47.54㎞ 지난해 확정
두서 내와마을서 계곡 따라 한 시간 올라가야
김유신 일화 전해오는 백운산 품에 자리잡아

모든 문명의 발상지가 그랬듯이 울산의 문명도 태화강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선사시대 반구대 암각화나, 천전리 각석이 모두 그렇고 역사시대에 들어와서도 강을 중심으로 대부분 촌락이 형성됐다.

그렇다면 태화강의 진정한 발원지는 과연 어디일까. 태화강의 발원지를 답사하는 것은 울산문명의 태동지로 찾아가는 길이나 다름없다. 태화강의 발원지를 내 발로 디뎌봄으로써 울산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 울산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태화강의 발원지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지난해 1월. 울산시가 울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해 '태화강 발원지 찾기 용역'을 실시한 결과 백운산 탑골샘이 가장 긴 최장발원지로 확인됐다. 울주군 두서면에 속한 탑골샘에서 시작된 태화강 유역의 길이는 47.54㎞였다. 이같은 길이는 용역팀이 실제 거리를 측정해 나온 결과다.

그러나 탑골샘은 아직 울산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접근성이나 주변 환경 등의 면에서 울산의 상징적인 장소로 부각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 울산시는 별도로 가지산 쌀바위를 '상징적인 발원지'로 확정했다. 쌀바위 발원지는 45.43㎞로 탑골샘 보다는 2.11㎞가 짧다.

백운산 탑골샘을 찾아가는 길은 울주군 두서면 내와마을회관 앞에서 시작된다. 회관 마당에 차를 대놓고 걸어서 마을길을 따라 15~20분 정도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하천교량을 건너가는 길과 마을로 들어가는 길로 갈라져 있는데, '삼백육십오일사'라는 푯말이 가리키는 쪽으로 길을 잡아 마을을 관통하면 바로 탑골샘으로 가는 길이다.

주의할 점은 마을을 관통한 뒤 다시 하천이 나오면, 이 하천 교량을 건넌 뒤 100m 이내에서 곧바로 왼쪽의 하천계곡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가야 한다는 것. 이 길은 안으로 접어들수록 호젓해지며, 길 옆으로는 탑골샘까지 계곡이 따라온다. 조금전 마을을 휘감아 돌던 그 하천은 다름아닌 탑골샘에서 흘러내린 태화강 상류다.

마을에서 탑골샘까지는 약 1시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5월의 신록이 등산길을 더욱 호젓하게 만들어준다. 5월의 녹음을 최절정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풀과 나무들은 한 껏 물을 마셔대고 그럼으로써 짙은 그늘이 더욱 서늘해진 숲속 등산로는 사방팔방에 생명의 두런거림이 시끄럽다. 등산로 옆으로 난 계곡에서는 끊임없는 물소리가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천연의 화음을 빚어낸다.

마침내 태화강의 끝 탑골샘. 탑골샘은 청정한 바위로 둘러싸여 있고, 그 위로 맑은 물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다.

옛 성현들은 물이 흐르는 이치를 도(道)라고 표현했던가. 작은 샘에서 시작된 한줄기 물이 장대한 태화강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반구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빚어냈으며, 한국 최대의 산업단지를 일궈냈다. 말없는 물이, 그저 위에서 아래로 묵묵히 수만년을 흘러내린 물이 생명을 길러내고 문명을 태동시키며 진정한 도를 실천해온 것이다.

탑골샘에서 30분 정도 더 가면 낙동정맥의 능선에 올라선다. 여기서 남쪽으로 10분 가량 키 높이로 자란 수풀 속 능선길을 따라가면 바위로 이뤄진 삼강봉(855m)이다.

삼강봉이란 꼭대기에 떨어진 빗물이 3등분돼 3개의 강을 이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이 서쪽으로 흘러들면 소호리 동창천으로 해서 낙동강으로 유입되고, 동북방향으로 내려가면 내와리 큰골로 해서 포항 형산강으로 흐른다. 빗물이 동남방향으로 흘러내리면 미호저수지와 미호천을 거쳐 태화강을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삼강봉은 낙동정맥에서 호미기맥이 갈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포항 호미곶 방면으로 연결되는 호미기맥은 이 곳에서 98㎞를 달려가 호미곶에 안긴다.

삼강봉에서 남쪽으로 더 나아가면 백운산(893m) 정상이다. 단석산과 고헌산의 중간에 있는 백운산은 열박산이라고도 불리는데, 김유신이 17세때 적군의 침략을 당하자 비장한 마음으로 혼자서 보검을 들고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 향을 피우며 힘을 달라고 하늘에 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하산은 상선필 방면으로 해서 삼익목장을 거쳐 왼쪽으로 선재산(584m)을 넘어가면 출발지로 되돌아올 수 있다. 삼익목장은 한 때 골프장이 추진됐던 곳이나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던 곳이기도 하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 '산은 물을 가르지 않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산없이 시작되는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는 산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치면 낙동정맥의 영남알프스는 태화강을 품은 모태요, 태화강은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울산 전역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젖줄임에 틀림없다. 글=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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