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를 노리는 밀렵꾼 때문에 코끼리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아프리카 각국에서 코끼리 보호를 위해 마련한 대책은 두 가지 방식이었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에서는 코끼리 사냥을 불법화하고 상아의 거래와 같은 상업적 이용을 금지했다. 반면에 보츠와나, 짐바브웨와 같은 나라에서는 코끼리 사냥을 허용하되 자기 소유의 토지 안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해 코끼리를 사유재산화 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정부에서 강력한 보호 조치를 했던 케냐에서는 코끼리 숫자가 계속 감소했다. 고가에 팔리는 상아의 유혹이 있는 한 밀렵꾼들의 불법사냥은 계속 되지만 모든 불법행위를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끼리 숫자만큼 재산이 늘어나는 보츠와나에서는 자연스럽게 코끼리가 증가하게 된다. N.Gregory Mankiw가 지은 경제학 교과서에 소개된 이야기이다.

위 사례는 우리가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만들지만 당초의 선한 뜻과는 달리 오히려 이러한 규제가 공익을 해치는 규제의 역설을 나타내 준다. 현대 국가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규제를 만들어 내게 됐다. 공정한 경쟁과 사회질서의 확보, 약자를 돕고 보호하거나 환경을 보호하는 등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들의 행위(권리와 자유)를 제약하고 의무를 부과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제가 항상 처음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대책으로 수많은 규제를 만든다. 이러한 대증(對症)적 처방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있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고찰 없이 만들어진 규제로 정책목적과 정책수단의 괴리가 번번이 발생한다. 모든 사람이 지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규제를 만들지만 이익을 좇아 규제를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규제를 지키기 위한 더 강력한 규제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처럼 규제가 반드시 원래 의도했던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예기치 않았던 부작용을 가져오거나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우리가 원했던 정책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제한, 금지, 의무부과로 억지로 질서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조건 제한하고 막고 보자는 방식은 버려야 한다. 자생적인 시장질서를 바탕으로 한 사회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고 구성원들의 복지수준도 더 높아졌다는 것을 선진국들이 보여주고 있다.

녹지에 대한 규제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김정호가 지은 <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에 보면 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활용을 하지 못해서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지가 국토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도시용도로는 5%만 사용하고 있으니 도시용도로 사용하는 땅을 15%로 늘이면 토지에 대한 투기문제는 잊어버리고 넓은 땅에서 여유 있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집 지을 땅이 넉넉해지면 요즘의 아파트 광고처럼 생활공간 가까이에 충분한 녹지를 확보할 수 있게 돼 멀리 산속의 녹지를 생활 가까이 가져오는 이점도 있다.

울산시에서도 그동안 사회변화에 따라 의의를 상실한 규제, 과도하게 국민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각종 규제사항을 발굴해 자체적으로 정비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된 핵심적인 규제 9건에 대해 완화를 건의했으며 정부에서 7건에 대해서는 규제완화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금번에 수용되지 않은 그린벨트의 합리적 조정을 통한 토지이용 효율 증대와 문화재 발굴과 관련된 과도한 규제도 완화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현대사회는 수없이 많은 관계의 중첩 속에 놓여 있으며, 하나의 정책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게 된다.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함께 여러 분야에 미치는 효과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호동 울산시 기획관실 기획담당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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