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작금의 수입쇠고기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대해 손님들과 가끔 대화를 한다. 주로 젊은 층들은 수입을 반대하고 기성세대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수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 놓았다. 왜 수입을 반대하느냐고 물으면 "광우병에 걸리니까" "협정을 잘못했기 때문에…"라며 정부의 보다 신중치 못한 협상과정을 질타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왜 월령을 30개월 이상으로 했느냐" "자기네들은 먹지 않으면서 우리 한테 팔려고 하느냐" "또 뼈까지 수입을 하려고 하느냐"는 등 나름대로의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국제적인 협정사안을 물리적으로 뒤엎으려는 태도는 선진한국을 표방하는 위상에 바람직한 행동인지, 또 문제해결을 위한 올바른 자세인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인터넷세대들의 즉흥적이고 피상적인 행동들이 마치 전 국민을 대표하는 것처럼 매도되는 것은 정치와 국민정서에 얼마나 큰 혼란을 주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첫째, 지금의 협정대로 수입을 하면 과연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 확률의 근거는몇 백만분의 1로 알고 있다. 또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보다 몇 배의 선진국인데 그렇게 비위생적이고 비의학적인 방법으로 감히 식품을 수출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과연 이런 지식과 상식도 없이 협정을 맺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확률로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비행기와 자동차도 몇 백만분의 1의 확률로 사고가 날 수 있고, 밥상에 올라오는 채소랑 과일, 생선도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그 위험을 알면서도 편리하기 때문에 타야하고 안 먹는 것 보다 먹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에 먹는 것이다. 버시바우 미국대사가 한국 국민들은 미국의 과학적 사실(scientific fact)을 더 배워야 한다고 했다가 시끄러웠던 적도 있다.

둘째, 아무리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 할 지라도 사안에 비춰 시위문화가 너무 과격하고 비열하다는 것이다. 아직 철없는 학생들을 앞세워 촛불을 쥐게 하고 뒤에서 누군가가 조종하는 듯한 모습은 시위문화가 아니라 반미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또 한미FTA를 반대하고 현 정부에 대한 네거티브 집단들의 음모술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태가 아닌가 싶다.

셋째, 지금은 글로벌시대로서 무역장벽을 헐어야 한다. 어느 나라든 무역장벽을 헐지 않으면 그 나라는 고립돼 살아갈 수가 없는 세상이다. 이유는 수입물품이 안 들어오면 국내 물가가 올라가서 못 살고, 수출을 못해서 국가경제는 나락에 빠질 것이다. 당연히 무역장벽을 헐고 국가경쟁력을 키워 수출우위에 서야 할 것이다. 미 상원의원 뿐만 아니라 민주당 후보 오바마도 앞으로 한국이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미국이 너무 양보해 버린 FTA협정도 다시 해야 한다는 발언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애국자라면, 또 현명한 국민이라면 얼마든지 수입을 허용하되 안 사먹는 지혜와 한우만 골라먹는 현명함도 보여야 할 것이다. 보다 싼 쇠고기를 먹길 원하는 국민들도 상당수 있는데 왜 수입자체를 막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이 같은 오만한 행동에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넷째, 역대 우리나라가 민주화와 인터넷세대들을 앞세워 몇몇 정권이 탄생했다. 그 시대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자유분방함이 민주주의를 뒤죽박죽 만들고 말았다. 또 그것이 습관화되고 길들여졌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가 집단을 이뤄 전면에 나서 소리만 크게 외치면 그것이 민주투사들의 외침인양 왜곡되는 현상을 정치권에서는 착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국가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지혜를 모아 진지하게 풀어야지 바깥 누군가의 큰소리에 놀란 장닭처럼 우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국회의 위상을 저버리고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권에서는 인터넷세대들의 무리수를 똑바로 이해하고 소신과 정책으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해 나갔으면 한다.

변종수·울산광역시 동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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