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공해 민원 … 99년 환경부 통제 체제 돌입
머지않아 주거·상업지역 지자체 직접 관리해야
대기오염 현황 정밀 분석·개선 시책 마련 급선무

지난 1999년 울산과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시설 중 일정규모 이상의 시설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대기 중에 직접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대기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동 지역 대기오염저감을 위한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이처럼 울산이 대기오염에 관한 특별대책지역으로 설정된 배경은 국가산단지역의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로부터 악취, 소음, 먼지 등과 같은 공기를 매개해 전달되는 공해로 인해 격심한 민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악취의 원인이 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벤젠과 톨루엔을 비롯해, 석유화학단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각종 원료 및 제품 등이다. 이 제품들이 공장으로부터 대량으로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인근지역으로 흘러 들어가 주민들에게 악취 민원으로 작용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공장에서 배출된 각종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인간의 호흡기에 들어가거나 피부에 접촉되었을 때 어떤 증세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서울과 경기도의 일부지역은 1997년 수도권 '대기환경 규제지역'으로 설정되면서 대기 중에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에 대해 수도권의 각 지자체가 대책을 수립, 적극적으로 배출을 억제하거나 저감시켜 나가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자율권이 부여됐다.

이는 휘발성유기화합물에 관한한 울산에 적용되고 있는 특별대책지역 규제 내용과 별다른 점이 없다.

다만, 규제의 대상이 되는 시설이 울산의 경우 주로 석유화학공장의 각종 시설인데 반해 수도권의 경우 소형 페인트 가게나 세탁소, 주유소와 같은 배출시설이 주 대상이 된다는 점이 차이가 날 뿐이다.

이후 부산시, 김해시, 대구시, 광양만권(여수시, 순천시, 광양시)에 대해서는 오존이나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설정됐다.

환경당국은 앞으로도 인구 50만 이상의 지방도시도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울산은 여전히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설정돼 있지 않다. 이는 특별대책지역에 대한 대기오염 관리를 일선 지자체에 맡겨 관리하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환경부가 직접 대기질을 관리하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부산 등 대기환경규제지역이 해당 지자체가 대기환경개선 목표를 정해 이를 이행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기오염물질의 삭감 수단을 수립, 실천해 나가도록 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울산시의 대기질 관리 정책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울산도 오존이나 먼지에 대한 환경기준 달성률은 높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울산은 관련 법률에 의하면 환경기준의 80%를 넘고 있다는 이유로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설정돼야 할 입장에 있다. 결국 울산의 국가산업단지지역은 특별대책지역으로 관리되고 있고 주거 및 상업지역은 앞으로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설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대책지역은 환경부가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대기환경규제지역은 지자체가 대기개선 계획을 수립해 실천해 나가야 한다. 울산시가 향후 이를 위해 지자체의 대기질 관리 역량을 높여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설정된 부산시나 대구시의 경우 오존이나 먼지농도를 줄이기 위해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배출억제 대책 등 각종 시책 등에 대해 실천계획서를 발간하고 주기적으로 실천정도를 공표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수성도료의 확대사용, 천연가스나 하이브리드카의 보급추진, 매연저감장치나 주유소에서의 VOC 저감장치 보급 등 각종 정책을 환경부 정책보다 앞장서서 추진해나가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시의 대기정책은 일본 전역 대기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작용한다. 타 지역보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로 대기오염이 많았던 울산을 맑고 깨끗한 공기의 산업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대기관리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함을 물론 나아가 우리나라의 대기정책을 앞장서 나가는 각종 시책이 마련돼야 한다. 일본의 요코하마시처럼 말이다.

이미 시화·안산국가공단은 상당기간 대기 중 유해오염물질에 대한 농도분포를 비롯해 악취에 관한 조사도 몇차례 이뤄졌다. 대기오염 측정망이나 TM(대기오염배출시설의 연속감시장치)의 확충, 대기오염방지시설의 설치 지원 등 각종 사업이 진행됐다.

그 결과 환경분야의 많은 벤처기업도 생겨났고 환경산업의 특징인 소량 다품종의 환경기술의 꽃이 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남 여수의 여천산업단지의 경우도 2012년 개최 예정인 세계박람회 준비를 위해 유해대기오염물질 조사 등 대기질 관리를 위한 시책이 진행되고 있다.

양성봉 울산대학교(자연과학대학 화학과) 교수는 "울산도 이제는 지역의 대기질 현황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해 있다. 그 첫 시발점이 바로 각 사업장에 대한 대기오염물질의 관리방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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