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중국차의 경쟁력과 향후 국내 자동차업계의 대응방안

"한국이 30년 동안 공들인 결과를 중국은 10년 안에 이뤄 낼 것이다. 한국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날도 멀지 않았다”

 중국 자동차 관계자들은 10년 내에 한국 자동차산업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시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전망은 설득력이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한국과는 다른 몇 가지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안정된 노사관계 △저임금의 질 좋은 노동력 △선진업체의 기술력 축적 등이다.

 중국은 노사분규가 없다. 중국도 한국의 노동조합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공회(公會)"라는 조직이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이들에겐 단체행동권이 없기 때문이다. 즉 집회나 파업이 불가능하다. 선동자에 대해서는 가혹한 처벌이 가해진다.  대화를 통한 노동자의 "권리찾기"만이 가능하다.

 매년 노사분규로 홍역을 치르는 한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국처럼 노사간 쓸데없는 소모전으로 막대한 생산손실을 입을 염려도 없고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도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경영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중국의 또 다른 강점은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다.

 업종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임금을 주고도 공장을 꾸려나갈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된다. 중국과 경쟁할 한국 제조업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저렴한 인건비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혀왔다. 국내 모 섬유업체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근로자들에게 월 200달러를 주고 있다. 현지에서는 고임금에 속하지만, 국내공장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 자동차업계도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800~1천200 위안 정도를 지급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2만원~18만원 선. 한 달에 평균 350만원 이상을 가져가는 국내 생산직 근로자의 3.5~5%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작업숙련도와 이해도면에서는 국내 근로자들보다 뒤지지만, 근로의욕과 열의는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 능력차는 사라질 것이다.

 공장분양가도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이 "당 평균 149달러로 중국보다 4.2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공단 조성시기가 10년 정도 차이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기업환경이다. 때문에 중국 현지투자를 게을리하는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현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아무리 고성장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의 업체에 견줄 수는 없다는 점을 그들은 인정한다. 이들 업체들의 기술수준을 중국이 감당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중국 자동차 관계자들은 중국이 임금 경쟁에서 이미 한국을 앞서 있고, 기술력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한국과의 경쟁은 시간 문제라고 평가한다.

 또한 지금까지 해외시장에서 다져온 한국산 자동차의 이미지가 중국에겐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하다. 최근 한국산차가 품질이나 가격수준면에서 선진업체와 격차가 많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중국 관계자는 자신들이 지닌 잠재력이라면 한국차의 해외이미지 정도는 능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질이 우수해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품질은 근로자들의 인식과 작업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이 한국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술력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자동차회사와 기술합작의 조건을 통해 외국 업체들의 진출을 허가한다. 기술력 전수 없이는 진출을 불허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향후 5~10년 정도면 이 같은 기술격차도 기대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이 자체 모델 개발을 통해 10년 안에 한국 자동차산업을 앞지른다는 야망이 결코 과장된 추측만은 아니다. 섬유, 신발 등 경공업 부문에서 일찌감치 한국을 추월했고, 한국 조선업마저 위협하는 상황까지 왔다.

 자동차산업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칠 줄 모르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볼 때 분명 중국은 한국 자동차업계에 위협적인 존재다.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값싼 노동력과 선진 기술의 축적을 통해 지금 중국은 "타도 한국"을 향해가고 있다.

 그 출발 신호로 최근 중국은 자국산 자동차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기로 했다. 중국 텐진자동차는 5년 동안 소형자동차인 "샤리’ 2만5천대를 미국에 수출한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중국 자동차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중국의 세계진출에 대해 상하이시 자동차 전문지 해방일보 쉬모우창 편집장은 "향후 중국의 경쟁업체는 선진업체다. 이를 위해 중국 자동차업계는 해외시장에서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을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 속에는 한국과의 경쟁은 큰 문제가 아님을 내포한다.

 최근 일본 제조업계도 중국 제조업의 부상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8월 일본 정책투자은행이 낸 "세계의 공장, 중국의 약진과 실상"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종에서 기술력은 중국보다 우위를 보였으나 가격경쟁력에서는 가전, 섬유 등 10개 업종은 이미 중국이 일본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전과 섬유분야는 기술경쟁력에서도 중국이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상(산업자원부에 해당)이 지난 9월 발표한 "중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조사보고서"도 중국의 자동차 대국화를 예측하면서 중국을 경계하지 않으면 세계 자동차시장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염려의 분위기는 우리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업자원부에서 개최한 "한·중 산업별 경쟁력 분석" 워크숍에서는 우리 주력 산업인 전자·통신과 자동차 조선 부문도 2010년에는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참석자들은 내다봤다. 특히 중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은 2010년에는 한국 대비 80% 수준에 이르고 자동차부품에서는 우리 나라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육성정책, 외국 자본과 기술, 값싼 노동력을 결합한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를 비롯한 우리 나라 제조업들이 중국과 직접 경쟁하기 보다는 제휴와 협력을 펼치면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는 "이 같은 경쟁구도에 맞춰 일부 차종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협력방안을 마련하고, 중국 부품업체와 조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등 경쟁력 차별화가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159만9천여대 판매 가운데 약 56%인 89만여대를 수출함으로써 수출비중이 내수를 앞질렀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경영목표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현지생산을 통해 수출길을 열어가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가 현지 생산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더욱이 21세기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경우 오히려 현지 진출이 늦은 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중국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지 못한다면 2008년 세계 5위 자동차회사 도약 목표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85만대 생산체제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번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현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열정과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국 현지공장의 성공과 함께 한국내 생산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추고 지금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내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추격을 견제하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여부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상환기자 newsguy@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