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강남의 논현동에 위치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선 내년도부터 적용할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노·사·공익위원간 교섭이 한창이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빈곤한 생활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선 내년도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기준으로 한 달 99만4840원(시급 4760원, 일급 3만8080원)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단체들인 경총과 전경련은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이유로 내세우며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또 올해 수준에서 21%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견 접근을 전혀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용자단체의 주장처럼 그나마 최저임금을 수용할 정도의 지불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용자들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1년 대학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는 시대에 한 달을 성실히 일하면 임금이 적어도 99만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한 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임금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지급능력은 결코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대기업의 하도급 단가 후려치기식의 횡포나 자신의 사업능력 부족 등에 있다고 봐야 하는 것으로 최저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단체들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자신들의 주장을 스스로 거둬들이고 보다 성실한 자세로 최저임금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소득분배 구조개선'을 목적으로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 지급을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가 되고, 사용자는 무효가 된 부분에 대해 법정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32조 1항은 '국가는 사회·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헌법은 1948년 공포된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난 그 다음해부터 시행될 수 있었고, 그나마도 10여년간은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운영됐다. 최저임금제가 입법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되기 시작한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78만7930원(시급 3770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수준이 개선된 노동자가 무려 20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지독한 저임금­장시간 노동구조 속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불행을 목적으로 사업하는 것이 아니 듯 노동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이 한 달을 꼬박 일하고 그 댓가로 78만7930원을 받는다면 눈꼽만큼이라도 행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오늘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 원인이 되고 있는 소득과 소비의 극단적 양극화를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중대한 사회적 범죄행위이다. 심각한 양극화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양극화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최저임금의 동결과 삭감을 주장하는 당신들에게도 결국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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