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 1일 울산시와 공동으로 제13회 여성주간(7월1일~7일) 기념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서는 올해 여성주간 주제인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활약 중인 지역 여성들이 나와 제반 현황과 자신의 경험 등을 토대로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주제 : 여성이 일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

일시 : 2008년 7월1일 오후 5시

장소 : 경상일보사 8층 회의실

중공업 등 남성위주 산업 발달
여성 경제활동률 전국 최하위

△사회자 = 여성주간 주제를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로 정한 것은 여성이 마음놓고 일하기까지 장벽이 많다는 것을 내포한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해 왔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여성들의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울산지역 여성들의 취업현황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임명숙 국장 = 울산지역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17만9000명으로 8년 전 15만여명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전국 평균 50.3%에 못미치는 41.9% 수준으로 전국에서 제일 낮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울산이 타 도시와는 다른 산업구조를 갖고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석유, 중화학공업 등 남성 위주의 기업체들이 밀집해 있고, 여성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3차 산업이 부진합니다. 구조적으로 여성 취업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지요. 하지만 향후 혁신도시가 건설되고, 역세권 및 강동권 개발이 이뤄지면 이와 연계한 3차 산업 및 지식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고 여성 취업여건도 점차 나아질 것입니다.

경력직 여성에 신입사원 대우

자괴감에 구직포기 주부 속출

△사회자=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통계가 어떻게 느껴지는 지 궁금합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은 일자리 구하기가 더 힘들텐데, 실질적으로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이현숙 울산여성회원 = 결혼 전 7년, 결혼 후 4년 동안 두 곳의 기업체에서 전산회계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지난해 퇴사한 이후 약 1년 동안 구직활동을 지속했습니다만 취업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기업체들은 경력직 사원을 원하면서도 근로환경이나 급여는 신입사원과 별반 다르지않은 조건을 제시하기 일쑤죠. 한 마디로 '경력같은 신입사원'만을 원하는 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자기폄하나 매너리즘에 빠져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주부들도 상당수 발생합니다. 여성취업을 위한 각종 기관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조차 경력을 지속시키기는 요원하고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만 취업이 가능한 시스템이 대부분입니다.

정부·지자체 산하 기관 활용
취업기술 습득 개인가치 향상

△최경란 관장 = 수많은 여성들이 취업의지와 도전의식으로 구직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혼자서 그 업무를 감당하기는 버겁습니다.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산하 관련 기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보다 키울 수 있습니다. 취업에 필요한 기술뿐 아니라 모의면접 및 취업캠프 등 구직기술까지 향상시켜야 합니다.

취업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체 관계자들의 마인드가 하루빨리 바뀌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취업 알선을 위해 기업체 관계자들을 자주 만납니다만 여성, 특히 주부에 대한 배타적인 선입견이 아직도 팽배합니다. 경력단절 주부의 경우 특히 심각한데, 연령문제로 기존 직원들과의 융화나 위계질서가 붕괴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업장이 많았습니다.

술자리 접대문화 고착화로
여성 경영자 인맥관리 난항

△사회자 = 취업도 어렵습니다만 사실 여성기업인의 애로도 적지 않을 겁니다.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가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CEO의 애로를 들어보겠습니다.

△김길자 회장 = 판로개척, 자금조달을 해결하기위해 남성 중심의 구조의 틈새를 공략해야 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인맥관리는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한데 오랜기간 고착된 접대문화의 틀을 바꾸기가 참 힘듭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여성대표로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울산에도 하루빨리 중소기업청이 생겨야한다는 겁니다. 울산의 산업구조와도 연관이 있겠습니다만, 울산은 유독 대기업 또는 모기업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에만 신경을 쏟습니다. 지역경제 활성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들을 제대로 후원할 기관이 하루빨리 들어서야 합니다.

△사회자 = 좋은 인력을 구하기 일도 CEO의 몫이지요. 고용주의 입장에서 취업여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김길자 회장 = 조금 전 '경력같은 신입사원'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취업을 어렵게하는 장벽으로만 보지말고 오히려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활용해 보세요. 초기 대우가 다소 미진하더라도 일단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일에 매진하세요. 그에 합당한 대우는 차후에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과 주인의식이 없으면 아무나 도전하지 못하죠.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구직활동에 임한다면 취업시장이 훨씬 넓어질 겁니다.

사회자 =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정과 사회생활을 병행하기엔 혹독한 환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부로서의 경함담을 들려주세요.

이현숙 회원 = 여성 경제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에 따른 인식변화는 더딥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직도 아내의 업무를 폄하하는 남편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맞벌이 아내가 아직도 가사와 육아의 짐을 더 많이 짊어지는 이유도 그런 이유죠. 특히 친척 도움 없이는 육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취업여성들이 상당수 있는데, 하루빨리 정부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입니다.

최경란 관장 = 수많은 구직희망 여성들을 대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가사노동의 시장화'를 정착시켜야 해결될 것 같습니다. 일하는 여성들의 발목을 잡는 가사노동 및 육아 등을 새로운 여성취업 분야로 활성하는 겁니다. 취업 여성은 보다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구직희망 여성들에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죠. 이러한 순환 서비스가 하루빨리 제도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 여성인력개발계획 수립
정보제공·취업알선 등 병행

사회자 =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의견들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울산시가 시행해 온 정책 가운데 실효를 거둔 사례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죠.

임명숙 국장 = 정부 방침에 따라 우리 시에서도 여성정책의 초점을 여성취업에 맞추고 있습니다. 여성인력개발기본계획도 수립해 정보제공, 취업알선 등의 업무를 병행하는 중입니다. 지난해 성과를 거둔 여성취업박람회도 지속적으로 치를 겁니다.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는 시설확충을 논의 중이고, 울산시여성회관도 여성취업전문기관으로 운영방침을 대폭 선회할 계획입니다.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CO2용접기능인 양성프로그램'과 같은 실효성있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쓰겠습니다.

정리 =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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