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RV차량등 판매 급감 7개월만에 마이너스 실적
美 3대 자동차업체도 6월 판매량 20~30% 줄어 위기감
3년내 차량생산 원가 절감등 자구책은 여전히 안갯속

초고유가 행진 속에 울산의 3대 주축산업인 자동차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현대자동차는 유가폭등에 따른 내수판매 부진에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으로 회사 설립 이후 최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불안정한 노사관계까지 혹독한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현대차의 위기는 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의 수출액은 지난 2006년 기준 140억3500만달러로 울산 전체 수출액 549억3900달러의 25.5%를 차지한다. 또 현대차 울산공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근로자는 협력업체 포함해 총 6만8000여명에 이른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20만여명(4인 가족 기준). 울산 100만 인구의 20%가 자동차산업과 관련돼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위기는 종종 울산경제의 위기로 비춰지곤 한다. 현대차가 불황에 직면할 때마다 지역사회가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 1997년 IMF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현대차의 현주소와 위기 극복 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초고유가가 자동차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판매는 곤두박질쳤다. 현대차도 7개월만에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 고유가로 연료 소모가 많은 대형차와 레저용(RV)차량 판매는 급감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도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냉연제품 가격은 지난 2월 이후 3회에 걸쳐 60% 가량 올랐다. 이에 따른 자동차업계의 추가비용은 연간 8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3차 오일쇼크(?)로 경영환경 악화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연평균 200달러까지 올라갈 경우 '3차 오일쇼크'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 143.61달러로, 150달러를 향해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4일 현물가격으로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다. 고유가 충격이 크고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투자전문기관인 모건스탠리는 7월중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고, 골드만삭스 또한 "국제유가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4개월 이내에 150~ 200달러 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유가 200달러 시대가 본격화되면 제조업의 중간 투입비용이 18.9% 증가,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다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 업체도 고유가에 휘청

국제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 앤 푸어스)와 무디스는 최근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3대 자동차업체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와 고유가로 인한 수요 감소로 미국 자동차시장이 얼어붙은 탓이다.

지난 6월 GM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8.2% 감소했고, 포드와 크라이슬러도 각각 28%와 36% 급감했다. 미국의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은 "고유가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자동차회사들의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며 "자동차 판매부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거침없는 성장을 보여왔던 일본의 자동차업체들도 원재료 가격급등과 고유가에 따른 원가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올해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4.9% 줄어든 25조엔, 당기순이익도 27.2% 줄어든 1조2500억엔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요타는 북미시장에서도 6월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했다.

◇위기돌파에 나선 자동차업계

GM은 판매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생산차량의 80%에 대해 최장 6년간 무이자 판매에 나서며 미국시장에 전면 승부를 걸었다. GM은 또 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GM은 25만대 규모의 조지아 도라빌 공장을 오는 12월까지 폐쇄할 예정이며, 전미자동차노조 소속 근로자 1만9000명을 명예퇴직시킨다는 방침이다.

도요타 등 일본업체들은 사상최대의 원가절감에 착수했다. 도요타는 모든 차종의 설계를 수정하는 긴급 처방으로 올해 안에 300억엔 이상의 원가를 추가로 절감할 방침이다. 도요타가 판매중인 모든 차종에 대한 대대적인 원가절감을 추진하기는 15년만에 처음이다. 닛산은 부품 구매 비용을 낮춰 300억엔을 추가로 아낄 계획이며, 혼다도 올해 투입되는 신차의 설계를 수정해 800억엔 이상의 비용을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HCI(hyundai Cost Innovation)320'으로 명명된 가격혁신 작업을 통해 3년 안에 차량생산 원가를 20% 가량 절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계획대로라면 현대차는 올해 8000억원, 내년에 최대 1조3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하이브리드카 경쟁에서도 휘발유보다 50% 연료비가 절감되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LPG'를 내년중 출시, 현재 도요타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차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나 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소형차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마진율이 낮아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이브리드카 등 미래형 신기술 개발과 투자도 선진업체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해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 낮은 생산성과 경직된 생산시스템 등 현대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현대차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돼 세계 경쟁에서 고전이 예상된다"며 "여기에 파업 등 불안한 노사관계도 더해져 올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밝혔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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