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1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급진세력으로 규정하고 현정부의 ‘정치공작’과 ‘불법도청’의 전모를 밝힐 것을 요구하며 탈당했다.

 이의원이 지난 98년9월 당시 집권여당인 새정치 국민회의에 입당하고 이어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에 참여한 지 4년여만에 당을 떠난 것이다.

 이의원은 이날 ‘정치공작과 급진주의에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는 제목의 A4 용지 4쪽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후보와 현 정권 및 후보단일화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반미 선풍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 다음이 무엇이냐” “냉전적인 사고가 가져올 폐해도 문제지만 급진이념세력이 가져올 국가적 재앙은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당장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으며 앞으로 많은 분들과 상의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해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을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정치권 주변에선 이번 탈당이 대선정국에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음을 감안, 대선 이후를 내다본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함께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독자 정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가 한나라당에 입당하거나 이회창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의원은 ‘대선전에 특정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많은 분과 상의해 그런 선택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탈당에 앞서 그의 주변에선 탈당론과 만류론이 팽팽히 맞섰다는 후문이다.

 탈당론자들은 ‘이념과 노선이 다른 노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만류론자들은 또다시 경선 불복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당 잔류를 주장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의원은 노후보와 국민통합 정몽준 대표간 쌍두 체제가 정립된 상황에서 향후 민주당내 활로 모색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 탈당쪽으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선 불복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에 대해 “내가 출마하는 것도 아니다”고 부인하면서도 “어떤 비판과 비난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던 중 “제가 참여해 만든 정당에서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되고 당의 현실에 절망한 채 당을 떠나게 될 줄을 어찌 상상이나 해봤겠느냐”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며 낭독을 중단하기도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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