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73)의 소설. 케르테스의 작품이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은 처음. 원제는 "운명 없음"을 뜻하는 헝가리어 "소르슈탈란사그(Sorstalansag)". 케르테스가 1975년 발표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아우슈비츠 체험을 담았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됐던 아우슈비츠에 대한 기억을 유대계 소년 죄르지의 눈을 통해 펼쳐보인다. 유대인 대학살을 다룬 이전 작품들과 달리 작가는 비극을 강조하거나 도덕적 견해를 밝히길 거부하고 자신에게 부과된 현실에 잘 적응하려는 순진한 소년의 시선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박종대·모명숙 옮김. 292쪽. 9천500원. 다른우리.

 로마의 테라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54)의 소설. 2년 전 발표한 이 소설은 그해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과 "모나코의 피에르 국왕상"을 수상했다.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배경으로 떠돌이 판화가 몸므의 삶과 사랑, 예술세계를 그렸다. 판화가 견습생인 몸므는 지방 판사의 무남독녀이자 다른 남자의 약혼녀인 나니와 사랑에 빠진다. 나니의 약혼자가 나타나 몸므의 얼굴에 질산을 뿌림으로써 몸므와 나니의 사랑도 끝나고, 몸므는 흉측해진 얼굴을 가린 채 평생 떠돌이 판화가로 살아간다. 파스칼 키냐르는 바로크 시대를 자신의 예술적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송의경 옮김. 180쪽. 8천원. 문학과지성사.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건양대 김탁환 교수가 서포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를 소재로 삼은 역사추리소설. 잊혀져가는 고전소설을 새롭게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필사본 소설의 대여점 역할을 했던 세책방의 정경 등 17세기 필사본소설시대를 실감있게 묘사함으로써 교양소설로서 가치가 높다. 주인공 모독은 필사본 소설이 유행하던 시기의 촉망받는 젊은 작가. 그는 장옥정(장희빈)에게 끌려가 김만중이 짓고 있다는 소설을 훔쳐오라는 명령을 받고 김만중의 유배지인 남해 노도로 내려가지만 소설을 찾아내지 못한다. 어느날 김만중의 집에서 불이 나자 모독은 김만중이 끝까지 챙겨들고 나온 〈사씨남정기〉를 보게 된다. 338쪽. 8천500원. 동방미디어.

 마음 속에 부처가 있다

 ▶한국 불교 조계종단의 거목이었던 청담 큰스님의 말씀 모음집. 청담 큰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도선사 회주와 청담복지관 관장을 맡고 있는 혜성스님이 엮었다. 청담큰스님은 평생 마음이란 화두로 정진햇으며 71년 11월15일 "육신은 멸해도 법신은 영원하다"라는 열반송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나의 길 나의 노래"에서 그는 "내가 다시 태어난대도 기꺼이 이 길을 걷겠노라. 설령 성불을 한생 미루더라도 모든 중생을 건지리라. 육신은 멸해도 법신은 영원히 살았다. 맑고 깨끗한 마음 만이 나와 가정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고 말했다. 392쪽. 1만2천원. 화남.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