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가 마치 야수처럼 울부짖었다.

펠프스는 11일 오전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400m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의 마지막 영자인 제이슨 레작이 프랑스의 세계 기록 보유자 알랭 베르나르에 막판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하자 기쁨에 취해 거침없이 포효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상체 근육이 한껏 두드러지도록 젖먹던 힘까지 다 써가며 고함을 질러댔다. 단 한번에 그친 것도 아니었다. 펠프스는 무려 1분여동안 미친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펠프스가 개인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때보다 더 큰 승리의 환희를 맛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 대표팀의 금메달로 펠프스는 2개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올림픽 첫 2관왕의 탄생이다.

1972년 미국 수영의 전설 마크 스피츠가 세운 단일 대회 7관왕을 넘어 8관왕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것이다.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서 접영 100m와 200m, 자유형 200m, 개인혼영 200m와 400m까지 개인종목 5개에 계영 3종목에 출전한다.

개인 종목이야 자신만 잘하면 되는 것이지만 계영은 그렇지 않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이겨내야 가능한 것이다.

펠프스의 걱정은 여기에 있었다. 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 우승이 없었고, 프랑스나 호주 등의 자유형 100m 영자들이 최고조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또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패를 맛본 것도 펠프스를 불안하게 했다. 미국은 혼계영 400m 예선에서 3번 접영 영자인 이안 크로커가 부정출발로 예선 탈락을 하고 말았다.

펠프스는 8관왕을 이룰 수 있었지만 7관왕을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더구나 이날 레이스는 정말 짜릿했다. 3번 영자 쿨런 존스가 프랑스보다 0.19초 느리게 들어온 상황에서 프랑스의 마지막 영자는 자유형 100m 세계기록(47초50) 보유자였던 알랭 베르나르였다.

하지만 미국에는 제이슨 레작이 있었다. 베르나르보다 0.15초나 빠른 출발 반응을 보이며 물 속에 뛰어든 레작은 50m 지점에서 21초50으로 베르나르(21초27)보다 늦었지만 막판 50m에서 맹추격을 벌이며 베르나르에 0.08초 빠르게 골인하며 먼저 경기를 마치고 출발대 뒤에서 기다리던 동료들을 열광케 했다.

펠프스가 '오버'하는 느낌까지 주며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