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샛강 자연유산 터전
울산시 꾸준한 정책 추진을
유럽 일관된 정책 본보기로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도입한 공공자전거 '벨리브'를 성공적으로 이끈 프랑스 파리와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간에 걸쳐 준비한 자전거도시 독일의 뮌스터와 프랑크푸르트에 비춰본 울산의 자전거도시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사도나 교통환경 등 도시마다 안고있는 특성이 각기 다른 탓에 누구든 자전거도시 성공여부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울산은 태화강과 샛강이라는 훌륭한 자연유산을 근간으로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정책을 이어간다면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다시 자전거도시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유럽의 도시들도 자전거도시를 표방하고 추진하다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실패한 곳도 많다. 그렇지만 자전거도시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곳들은 그들 도시만이 갖고있는 특성을 잘 살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여건을 제대로 갖추면서 자전거의 이점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한 곳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전거를 구입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자전거도시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독일 뮌스터의 경우 뮌스터시 차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혜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구 28만명에 자전거가 50만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도난사고나 도심 자전거보관대에 자전거를 방치하는 등의 문제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이 활발한데는 오랜 기간 시민들이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도록 교통정책을 실시해온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우선 자동차를 갖고 도시를 나가는 것보다 저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시간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자전거는 도심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주차할 수 있는 데다 곳곳에 나 있는 지름길로 인해 자동차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릴지 않는다. 게다가 도심을 원형으로 감싸고 있는 4.5㎞ 구간의 자전거전용도로는 '프로메나데'는 아름드리 숲길속에 마련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타보고 싶은 욕망이 생길 정도로 환상의 길이다.

교통정책이 대부분 자전거를 중심으로 세워지면서 자동차들이 자전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교차로에 정차할 경우에도 자전거는 차량행렬 맨 앞쪽으로 나가 신호를 기다릴수 있는 전용구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도로를 신설 조건에도 자전거도로는 의무사항으로 돼 있다.

시민들도 자전거사랑도 유별나다. 평상시 타는 것과 외출용을 구분해 2대를 소유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릴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 다니면서 자전거가 자동차 대신 뮌스터 시민들의 발이 된 것이다.

환경적이나 시민 개인적 건강차원에서 자전거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30여년에 걸쳐 오랜 기간 준비해온 일관된 정책에다 시민들의 공감대가 맞물리면서 세계적 자전거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울산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마인 강이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풍경과 도시 규모가 울산과 유사하다. 프랑크푸르트는 지하철과 전철, 시내버스 도로망이 잘 갖춰져 있어 체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10여년 전부터 자전거에다 교통정책의 초점을 맞춰 가고 있다. '무공해 교통수단'으로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마인 강변에는 자전거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자전거도로와 별도의 인도도 마련돼 됐다. 그 사이로 숲이 조성돼 있어 자전거 애호가들로부터 로 사랑받는 산책코스다. 울산이 태화강 둔치가 홍수때 물의 흐름이 지장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그저 공한지나 운동장, 꽃밭으로밖에 활용하지 않는데 비해 매우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도심에 위치한 회사들은 주차장과 함께 자전거보관대를 마련하고 있다. 자전거가 얼마나 생활속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일례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공자전거 벨리브를 도입해 성공으로 이끌었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교통난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졌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파리처럼 교통난이 심한 울산에서도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파리시 차원의 강력한 정책 추진과 함께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두바퀴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에펠탑에 버금가는 명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울산도 자전거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십년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자전거에 대하 배려를 일시에 확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차세대 교통수단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자전거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야만 하고 바뀌어야 한다.

울산은 자전거 선진도시의 특성을 꼼꼼히 분석한 뒤 울산의 도심적 특성에 맞춰 장기간에 걸친 일관된 정책을 마련해야만 자전거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는 생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들에게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될 수 있도록 치밀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정해진 예산에 짜맞춰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다보면 '죽도 밥도' 안되는 상황에 이를 것이 뻔하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한 자전거도시 울산의 큰 그림을 그려 작은 걸음이라도 차근차근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최석복기자 csb7365@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