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신구영-구구영민 3자 갈등구도 시간 지날수록 심화
주민 입장 배려없이 사업 추진 강행하면 행정불신만 쌓여
기타 공공시설 추진도 한 대안 … 현실 감안한 접점 모색을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지구내에 건립될 예정인 구영체육공원이 건립 부지 위치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주민들간 반목에다 주민들의 행정 불신이 겹쳐지면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구영택지지구개발사업 이익 환수금 명목으로 토지공사측에서 83억원을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시작된 사업이 구영지구내 주민들 가운데 최근 들어선 아파트단지의 신구영지구 주민과 기존 아파트 단지의 구구영지구 주민, 울주군의 입장 차이가 커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신구영지구 주민들이 입주하기 전 구영체육공원 부지가 확정되면서 부터다. 자신들의 아파트 건립공사로 발생한 이익금으로 짓는 체육공원이 정작 자신들은 사용조차 하기 불편한 곳에서 지어지려한다는데 있다. 게다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합병이 가시화 되면서 자칫 사업지원금이 물거품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추진 과정 및 실태

토지공사에서 지원할 예정인 구영지구 이익 환수금 83억원으로 주민들의 생활체육공간을 만드는 구영체육공원 조성사업은 울주군이 2006년 10월 체육공원 조성사업비를 토공에다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9월 사업비 83억원 지원이 최종 확정됐으며 12월 사업대상 후보지 추천을 받아 점촌교 인근 구영리 896­1(답) 일대 1만4400㎡를 부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신구영지구 주민들이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부지 재검토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5월 부지를 재선정하기로 하고 신·구 구영주민과 자연마을 대표 등으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가 새로 구성돼 기존 점촌교 인근을 비롯해 백천교 인근과 풍경채 아파트 뒤편 등 3곳이 추천됐다. 그러나 신구영주민들은 행정과 구구영주민 등이 점촌교 인근으로 구영체육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집단 반발, 이마저도 결국 제대로 추진되지도 못하고 있다.

토공에서 사업진척도에 따라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지금까지는 설계비 1억여원만 지원되고 나머지는 보류돼 있는 상황이다.

▶갈등의 핵심은

신구영지구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배제된체 건립부지가 확정된 것이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는데다 점촌교 인근은 정작 자신들 아파트와는 거리가 멀어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구영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당초 자신들은 배제한체 부지선정 작업이 완료된데 대한 의혹을 지금까지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구영체육공원 조성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렸지만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아 상당기간 사업추진 자체가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신구영주민들은 점촌교 인근에다 체육공원을 건립할 바에야 아예 사업을 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그만큼 첫단추를 잘못 꿰면서 시작된 불신과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울주군은 이날 보완대안으로 당초 계획대로 점촌교 인근에 축구장을 건립하는 것을 비롯해 선바위교 인근 강변 체육시설과 휴식공간 조성(사업비 20억원 추정), 백천교 인근 테니스장 건립 등을 제시했다.

주민들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풍경채 아파트 뒤편 등에 대규모 근린공원 형태의 편의시설 건립을 요구하는데 대한 보완책이다. GB지역에서 1만㎡ 이상 사업을 시행할 경우 도시계획변경이 뒤따라야 하는데 사업계획없이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반영이 어려운데다 다음 절차인 울산시와 중앙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사업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부지매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구영체육공원 갈등의 핵심에 접근해 보면 구영지구 주민들간에도 생각 차이가 크다. 신구영지구 주민들은 자신들의 아파트 건립으로 발생한 지원금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아파트와 근접한 곳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구구영지구 주민들은 구영리 전체를 위한 지원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구영지구 아파트 건립 당시 수년간 각종 소음과 분진 등으로 고통을 당했기 때문이다.

▶현실적 해법 절실

감정이 악화된 지금 상황에서 어지간한 해법으로는 신구영지구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행정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지 매입이나 도시계획변경 등에 따른 어려움 등 각종 제약이 있음을 설명해도 주민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자신들 몰래 부지를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는 섭섭한 감정으로 출발한 행정불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신구영지구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규모 근린공원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점촌교 인근 축구장이 타당한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현실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정도 행정절차나 사업추진의 어려움만 토로할 것이 아니라 섭섭해하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다시한번 사업을 추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신구영지구 주민들도 현실성이 결여되지 않은 실질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실제 사업추진이 될 수 없는 경우엔 억지주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해법이 있을 수 있지만 체육공원이 아닌 다른 공공시설 추진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군의원, 행정, 주민 등 모두가 현실성이 감안한 주장 아래 한걸음 한걸음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글=최석복기자 사진=김동수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