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및 항만공사 등의 책임자들이 법적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직· 간접적인 압력과 회유에 견디지 못해 타의반 자의반 식의 '사직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울산항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산 및 인천항만공사 사장과 감사들의 사직에 이어 울산항만공사 심규명 초대 감사가 지난 4월16일 국토해양부에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가 하면, 그동안 정부의 위압에 굴복하지 않고 "법적인 3년이란 임기동안 맡은 책무를 완수 하겠다"던 김종운 초대 사장도 지난 8월28일 항만위원 전체회의에서 "항만공사 임·직원들의 조직안전과 사기진작을 도모하기 위해 사직을 결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심규명 감사의 사직서가 수리됨에 따라, 후임자 선임을 위한 공모공고 절차를 통해 항만공사의 최고 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에서 총 응모자 14명 중 서류심사에서 4명을 탈락시키고, 지난 8월29일 항만위원회의 최종 개별 면접심사에서 10명 중 5명을 선정해, 지난 1일 국토해양부장관에게 최종 추천했다. 또한 최종 5명의 추천자 중 4명은 항만 전문성이 없는 지난 대선 때 MB캠프에서 활동한 한나라당 당원이며, 그 중 한 인사는 공모 전부터 벌써 낙점됐다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뿐만 아니다. 초대 사장 후임도 벌써부터 한나라당 인사들이 등용될 것이라는 등 괴이한 소문이 파다하게 전해지고 있다.

만에 하나, 이런 소문이 사실로 귀결된다면,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에 성행했던 '낙하산' 또는 '보은인사'란 전철과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항만위원회의 역할이 막중하지 않을 수 없다.

항만공사법 제10조(설치-의결권)에는 '항만위원회에서 사장의 추천을 심의·의결한다'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항만위원회에서 사장을 심의·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동법 제16조(임원/감사의 임면)에는 '감사는 국토해양부장관이 재정경제부장관과 협의하여 임면한다'로 분명히 명시돼 있기 때문에 항만위원회는 '감사'를 추천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추천권이 없는 항만위원회가 무슨 근거로 후임 감사 5명을 최종 추천했는지 의아스럽다.

또 동법 제13조(결격사유) 1항에도 '정당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최종 심사에서 '정당의 당원'을 배제시키지 않고 정당 인사를 추천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국토해양부장관이 항만위원의 임명권을 행사하다 보니, 부득불 감사추천협조 요청을 박절하게 거절할 수 없어 추천하게 됐다고 치자. 항만위원회의 고유권한을 십분 발휘해 정치적 배경이 없는 2명만을 추천했어야 했다. 항만위원회가 자청해서 정치적 배경 인사를 후임 감사로 임명하는데 일조했다는 의심이나 오점을 남겨서야 되겠는가.

향후 김종운 초대 사장 후임을 심의·추천할 때만큼은 항만위원들의 막중한 책무를 망각하지 말고, 주어진 고유권한을 정치적인 압력이나 배경에도 좌지우지 되지 않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당당한 권리 행사는 물론 지도력을 거리낌 없이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울산항만공사의 운명은 전적으로 항만위원회의 책무에 달려 있다. 이는 항만위원회가 '항만공사의 경영목표, 예산, 자금계획, 사업계획 및 운영계획 등을 비롯해 결산, 잉여금 처분, 정관 변경 그리고 사장의 추천 등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최고 의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울산항만공사가 과거의 정부주도식 방식에서 벗어나, 독립된 법인으로서 자율적인 독립체산제 경영방식에 따라 항만관련 업계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정치적인 배경을 배제한 항만전문가들에 의한 효율적인 항만운영을 도모함으로써, 울산항을 세계 속의 경쟁력있는 동북아 물류거점항만으로 육성시켜, 울산시와 울산항의 균형있는 발전은 물론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우리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항만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 아울러 항상 대두되고 있는 항만위원들의 자격 또는 자질 문제가 항만위원들의 '공과(功過)' 여하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운우 울산해운(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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