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생을 성공하게 하는 주된 요소는 지능이 아니라 의지력, 인내심, 조심성, 그리고 성공에의 욕구라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한창 진행되고, 필자도 그 분위기에 빨려들고 있었다.

 참석한 이들이 재미있어하는 것을 보고 흡족해 하는데, 옆에 앉은 이가 소주잔을 비운 입술을 손으로 훔치며 질문하였다. "와, 그라모 아이큐가 좀 낮은 우리 집 아이도 비전이 없는 거는 아이다 말이가?”

 "그럼, 물론이지. 이러한 결론은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고, 1921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이라는 사람이, 지능이 인간의 사회적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1921년부터 거의 50년 동안 연구한 결과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그마치 천재적 지능을 가진 1천470명의 아이들의 일생을 추적해서 내린 결론이라는 것입니다.”

 이같은 대화는 한 연말 송년회의 광경이다. 항상 모이면 술 먹고 떠들고 하는 것에 다소 권태를 느낀 필자는 어느 해든가 친구들에게 제안을 하였다. 내용인즉,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사람이 모인 자리에 술과 음식,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 워낙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한 해를 보내는 심정 또한 유별나다. 거기에가 연줄 중심인 우리나라에 각종 모임은 참 많으니, 두루 술 한잔씩 하다보면 12월은 한달 내내 술 먹고 떠들며 보내게 된다. 이러다가는 몸도, 가족도, 사회도 제대로 건사될 수가 없다. 우리도 이제 자신과 가족, 그리고 친구와 동료들을 챙기는 방법을 좀 다르게 해보자. 마침 지식시대가 도래하니 가볍게 지식을 나누는 시간으로 하는 것은 어떤가? 예를 들어 ‘산’, ‘세월’, ‘경쟁’, ‘직장’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하여 독서감상을 말해보든지, 평소 느끼던 바를 정리해서 말해보든지 하는 식으로 송년모임을 해보자."

 필자의 뜻은 술도 마시고 떠들기도 하되 공적차원의 토론형식을 가미하자는 것이었다. 그 후 수년째 이 방법을 지속하면서 내린 결론은 참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것이다.

 우선, 이 방법은 음주를 좀 절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음주는 마음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상대를 인간적으로 더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대인관계의 매우 효과적인 촉매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흔히 연말의 특성상 송년 음주는 술이 사람을 먹는 정도로 진행되곤 하니 문제가 없지 않았는데 이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두번째는 무언가 배운 것이 있는 상태로 집을 갈 수 있기에 다음 날 허탈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라고 하는 새로운 것의 등장은,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놓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사물을 해석하는 방식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른바 지식정보혁명시대. 이러한 시대에 예전에 배웠던 지식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데 필자가 제안한 이 방법은 각 분야의 친구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과 지식의 살아있는 얼개들을, 긴장을 풀고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일년동안 연락도 뜸했던 친구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를 알게 되어 이해가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송년회 방식을 통해서도 친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술자리의 만남이란 이야기 감, 이야기 시간 등을 전혀 종잡을 수 없다. 거기에 그 소란함이란! 그렇기 때문에 참석한 사람들간에 소리는 높아지는데 의미는 낮아지는 결과가 속출하는 것이다. 필자의 이 방법은 갑자기 주름이 늘어 나타난 친구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경청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필자는 우리의 송년모임이 모두 이와 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여기서는 이러한 연말모임의 한 방식을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방식의 송년모임이 있을 수 있음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형 송년회, 문화향수형 송년회, 건강증진형 송년회, 옛 은인 찾기 송년회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모임 중 한 두개는 문화예술회관의 송년기획 프로그램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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