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울주군 서생면 진하항에서는 의미가 대단히 큰 행사가 열렸다. 조그마한 진하 어촌 항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돛대가 높고 몸체가 둥글둥글하면서 잘 생긴 요트의 명명식이 있었다. 32피트 규격의 '진-메르'라는 요트의 명명식이었는데 선주의 말로는 프랑스제인 이 요트 이름은 진하(鎭下) 지명의 첫 글자인 '진'과 프랑스 말로 바다를 의미하는 '메르'를 합해서 '진-메르'라고 명명을 했다고 한다.

비록 요트의 규모로 본다면 소형에 속할지 몰라도 의미를 두고 생각해본다면 차세대 해양레포츠의 시대를 예고하는 그야말로 의미심장한 일이라 하겠다.

울산이 산업수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해양을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그렇고 석유화학이 그렇고 특히 조선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는 4만달러라는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지역경제수준에 도달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울산은 온산국가산업단지 등에서 제조되고 가공되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에 의존하고 있지만 금세기에 들어서면서 이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울산의 대표적 생산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의 경우만 보더라도 언제까지 울산을 먹여 살린다는 보장이 없다. 울산에서만 생산되던 자동차가 타 지역에서도 똑같이 생산되고 심지어 중국,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지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탈울산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직접 목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울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의 탈울산문제가 지역생산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마냥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가 해양을 가졌기 때문에 오늘의 풍요를 이루었다면 다시 바다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보면 그것이 바로 해양레저산업이라 하겠다.

정부에서도 요트개발사업, 해양레저산업 육성과 방안에 해당하는 각종 법 제정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가칭)'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중시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법률에 제정추진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정부의 정책 일환으로서 마리나 항을 개발하겠다는 이야기이므로 천혜의 조건을 가진 울산은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해양레저산업은 관광과 스포츠, 제조업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전 세계 장비제조시장 규모만 500억달러 정도로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대형선박 시장과 대등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마당이다. 레저선박은 소형 모터보트와 요트에서부터 중대형 슈퍼요트에 이르기까지 해양레저활동에 이용되는 다양한 선박을 일컫는다.

2007년 12월 현재 국내에 레저선박 조정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7만명 이상이고 요트 동호인 수도 2만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해양레저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세계해양레저는 이미 익을 대로 익어 있는 게 현실이다.

조선산업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로서는 향후 조선강국으로서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요트, 마리나 등 해양레저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장 관건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결과이다. 따라서 조선 산업의 메카로 자리한 울산으로서는 그 어느 곳보다 경쟁력에서 우위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통영, 진해 등 3곳에서만 대표적으로 마리나 항이 운영되고 있지만 모든 조건을 갖췄다 해도 울산 만한 최적의 요건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진하 앞바다에서 4회째 세계윈드서핑(PWA)대회를 할 수 있는 것은 바람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선박제조의 기술력과 자연이 주는 최적의 조건, 그리고 해양의 무한한 잠재적 가치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마음만 가진다면 울산은 해양레포츠의 대표도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홍종필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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