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자원 순환형 사회로의 전환

 

오스트리아 그라츠시, 세계 최초 바이오디젤 개발 상용화
기업체 공생 수평체제 구축 체계적 청정 연료 생산 가능
폐식용유·옥수수 등 활용 차량 운행서 전기·온수 공급까지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화석 에너지 고갈로 인한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화석에너지 사용량 저감과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제고, 태양광·태양열 등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처럼 화석에너지를 이용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하는 '자원소비형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기존에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 등 폐자원을 이용해 감량(reduce)과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등 3R 사회, 즉 '자원순환형 사회'로의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총 자원투입량(천연자원+폐자원 투입량) 대비 폐자원 투입량을 일컫는 '자원의 순환이용률'은 4%에 불과, 에너지소비형 사회가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선진 각국들은 이미 국가적인 차원에서 폐자원의 재이용률을 높여 화석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발생을 억제해 환경부하를 줄이면서 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저감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바이오디젤을 개발, 상용화 한 오스트리아 그라츠시의 경우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원뿐만 아니라 이미 소비된 폐자원까지 재활용해 다시 재생가능 에너지로 공급하는 자원순환형체계를 가장 잘 구축한 곳 가운데 하나다.

그라츠 시내에서 운행되는 공영 버스(152대)는 모두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바이오디젤 차량이다. 곡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콩, 유채와 같은 식량작물이 아니라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폐식용류를 활용한 바이오디젤이어서 그만큼 친환경적이다.

그라츠 시내에서 300여대의 트럭과 많은 자가용 차량들도 역시 바이오디젤을 연로로 운행하고 있다. 유해가스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인 탓에 온실가스 배출이나 환경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축산분뇨, 옥수수 등을 활용한 바이오가스로, 열병합발전소를 돌려 전기와 온수도 공급되고 있다.

이같은 일이 가능해 진 것은 바이오디젤 연구업체(BDI)와 폐식용유·폐목재 등 수집업체(OKO서비스), 바이오디젤 및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한 업체(SEEG)간 상호 수평 연계로 산업 공생이 잘 구축돼 있는 까닭이다.

시내버스 등 차량에 공급되는 바이오디젤은 그라츠 인근 무렉시에 위치한 SEEG가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1년부터 세계 최초로 바이오디젤을 상용화한 업체로, 지난해 그라츠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유채와 옥수수, 폐식용유를 이용해 1100만 유로치의 바이오디젤을 생산, 연간 1500만ℓ의 석유를 절약했다. 청정연료 사용으로 도시내에서 유해가스 45곘도 줄였다.

회사는 또 인근 20여개 축산농가에서 나온 축산분뇨와 옥수수, 볏짚, 유채 등을 혼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 이를 연료로 열병합발전소(외코스트롬)를 가동해 무렉 주민들이 한해동안 다 쓰고도 남는 8400M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인구 5000명의 무렉시는 차량 에너지는 물론 전기와 난방용 온수까지 모든 에너지를 충당하고, 남는 에너지 70%는 다른 지역에 판매하는 에너지 자급도시가 됐다.

SEEG가 생산하는 바이오디젤 기술은 그라츠 그람바흐 지역에 본사를 둔 바이오 디젤 기술 연구 및 생산설비 공급업체 BDI(BioDiesel International)가 개발, 제공한 것이다. BDI는 1987년 세계 최초로 유채씨를 사용해 바이오디젤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91년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 기술 및 생산 설비도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

총 직원수가 140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90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려 바이오디젤 분야에서는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현재 미국, 호주 등 29개국에서 이 회사의 바이오디젤 생산 설비를 도입했다.

그라츠를 비롯한 오스트리아의 자원순환형 사회 구축은 연구와 생산 체계와 함께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폐식용유 수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됐다.

그라츠시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업체인 에코서비스(Oekoservice는)는 일반 가정과 식당에서 폐식용유를 수집해 생산업체인 SEEG에 공급하고 있는 폐식용유 수거업체다. 그라츠시에는 이같은 회사가 3~4곳이나 된다.

이 회사는 각 가정과 식당 폐식용류 수거용기를 나눠주어 수거한 폐식용유는 찌거기 등을 제거한 뒤 다시 생산업체에 판매한다. 수거량은 한해 150곘 정도.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이 생산되면서 지금까지 폐식용유를 유료로 처리해 왔던 각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

종전 식당에서 폐식용유를 처리할 때 ㎏당 13센트의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1kg당 8센트를 받고 수거업체에 판매하게 됐다. 수거업체는 SEEG에 1kg당 30~40센트를 받고 판매하는 순환형 수거방식이 정착됐다.

에코서비스 그리셔니쯔(42) 대표는 "폐식용유와 폐목재 등의 버려지는 폐자원을 수거해 재생가능 에너지를 만들어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처하고, 더불어 실업자 재활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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