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스런 강 갠지스에서 마음의 때를 벗다

 

"갠지스강에는 흐르지 않는 것이 없다."

아주 오래 전 일본인 여행작가 후지와라는 그의 저서 <인도방랑>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정말 그랬다.

갠지스는 이 세상 모든 것을 품어안으며 천천히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갠지스라고 부르는 그 강을 인도인들은 강가(Ganga)라고 했다. 인도의 유서 깊은 도시 바라나시에 있는 이 강은 인도 전체 인구의 8할이 믿는 힌두교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이 곳의 성스러운 물로 씻어내면 영혼의 죄마저 떨어져나간다고 굳게 믿는다. 또한 죽어 화장한 재를 갠지스의 강물에 흘려보내면 해탈을 얻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갠지스는 영혼의 죄를 씻어내리려는 사람들과 생의 마지막 연을 끊으려 화장터를 찾는 이들로 언제나 붐빈다.

동이 틀 무렵 목선을 타고 강으로 나가 맞이한 갠지스의 아침은 먹먹함으로 밝아왔다.

생활쓰레기와 간밤 의식 때 관광객이 소원을 담아 띄운 꽃잔(디아) 등이 둥둥 떠다니는 뿌연 강물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일렁이는 뱃전에 앉아 강변의 풍경들을 무심히 보았다.

사람과 차들과 소 배설물과 쓰레기들로 넘쳐나는 강변 저너머로 인도인의 삶이 출렁인다. 그 혼란한 길을 뚫고 찾아 온 힌두교인들은 강물에 몸을 담가 씻고 기도를 올린다. 개중에는 성스러운 의식을 행하듯 강물을 두 손으로 공손히 떠올려 마시기까지 한다.

그리고 강변 한 쪽에서 검게 피어오르고 있는 화장터의 불길과 연기들….

새로운 삶의 시작과 인생의 마감인 죽음이 공존하는 곳. 갠지스의 강물엔 어떤 힘이 있길래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고도 신성성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힌두교인들의 믿음 때문이지 않을까? 사람들의 절대적인 믿음이 강의 신성성을 지켜왔고 강은 또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중심 가트인 다샤스와메드 가트에서는 갠지스의 또 다른 밤의 모습을 순례자들에게 선사한다.

예전 힌두사원에서 강가의 여신에게 제사 지내던 아르띠 뿌자를 재현한 의식을 매일 저녁 해질 무렵 보여준다. 강가에 제단을 마련해놓고 타악기 리듬에 맞춰 여신에게 차례로 촛불과 향, 꽃을 바치는 의식은 경건함 마저 느끼게 했다.

9일간의 일정으로 인도관광청 초청 팸투어를 다녀왔다. 드넓은 인도를 한 번에 다 볼 수 없어 주요 유적들이 몰린 북인도의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델리, 아그라, 자이푸르와 갠지스강이 있는 바라나시를 둘러봤다. 델리, 아그라, 자이푸르 이 세 지역은 인도 무굴제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악바르대제와 그의 힌두인 왕비 조다 바이, 샤자한 왕과 뭄타즈의 사랑과 낭만이 서린 곳이다.

글·사진=이애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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