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면지〉에 신동익씨가 소설 한편을 소개하면서 알려진 〈헌산지〉에 대한 새로운 가치가 입증됐다.

 최근 울산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송수환 박사는 그 책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광무 10년(병오년·1906년)에 필사한 책으로 155명의 언양현감 명단과 읍지작성의 서식 등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헌산지〉는 울주군 상북면에 살고 있는 유제한씨가 소장하고 있는 고서로 지난 8월 향토사가 신동익씨가 〈삼남면지〉를 만들면서 찾아내 그 속에 있던 소설 한편을 소개하면서 일반에 소개되었던 책.

 속표지가 "언양본현지(彦陽本縣誌)"로 되어있는 〈헌산지〉는 당시 언양현의 역사와 현황을 기록한 "언양읍지"의 "초본(初本)"으로 볼 수 있다. "헌산"은 언양의 주산인 고헌산을 말한다.

 영조 34년(1758년)에 언양현감으로 부임하여 동 37년(1761년)에 이임한 박사공(朴思恭)의 주관아래 주사인 서석린(徐錫麟)이 작성한 이 초본은 홍문관이 〈여지도서〉를 편찬하기 위해 각 읍에 요청해 정리된 자료를 누군가 필사한 것으로 홍문관이 요청한 읍지 작성 서식이 기록돼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읍지작성의 서식은 "35조(條)로 구분하여 작성하는데 지도는 반장에 그리고 글자는 10행에 각 20자씩 쓴다. 제언(堤堰)은 명칭과 더불어 둘레 몇 장(丈) 깊이 몇 척(尺)을 아울러 쓴다" 등으로 구체적이다. 오늘날 원고 청탁을 하면서 컴퓨터 작성시 몇 포인트로 A4용지 몇장 또는 200자 원고지 몇장으로 쓰고 기호와 단위는 어떻게 통일하라는 등으로 요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송박사는 "그동안 학계에서도 읍지 작성의 서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론하고 있었으나 정확한 서식이 기록된 책은 발견된 적이 없었다"며 "이 서식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읍지편찬 방식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밝혔다.

 "현선생안"(縣先生案)에는 광해군 4년(1612년) 언양현을 복립할 때 부임한 이응명으로부터 1914년 울산군에 합속될 당시 언양군수 김철정까지 모두 155명의 명단과 이들의 이임사유가 밝혀져 있다. 이는 지금까지 발간된 어떤 자료보다 많은 숫자다.

 송박사는 "언양현감의 명단은 1906년에 필사한 내용에 1914년 이후 어느 시기에 덧붙인 것으로 보여진다"며 "도임과 이임 연도가 일관성 있게 이어지고 있어 조선후기 언양현감의 완벽한 명단일 뿐아니라 이임 사유까지 밝혀져 있어 지방사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밝혔다.

 신동익씨가 이미 소개했던 소설은 서석린이 언양과 울산의 호암(虎岩·현재 봉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 이남의 지역을 경주가 흡수해 감에 따라 언양이 인구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을 가난한 아우의 재산을 뺏아가는 부유한 형에 비유하여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언양읍지 초본"과 현선생안, 소설 외에 읍지보록(邑誌補錄), 반구서원창건록(盤龜書院"建錄)과 그 별록(別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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